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외신은 한 장소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은 대규모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사고는 압사보다는 질식사로 인한 사망의 위험이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30일(현지시간) ‘대중 급증은 왜 치명적인가’라는 제목으로 이태원 압사 사고를 전했다. AP는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열린 핼러윈 축제 기간 대중이 좁은 거리에 몰리며 최소 146명 이상이 사망하고 150명 이상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특히 휴스턴의 음악 콘서트 압사 사고, 영국 축구 경기장 참사, 사우디아라비아의 하지 순례 사고, 시카고 나이트클럽 등 대규모 참사를 언급하며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들은 몇 가지 공통된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로 한 장소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 압사가 아닌 질식사의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AP는 “영화에서는 군중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모습을 보여주며 압사가 대부분의 사망 원인일 수 있다고 암시하지만, 현실은 사망하는 대부분 사람이 질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장소에서는 ‘강철’을 구부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이 작용한다고 한다. 숨을 들이쉬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이때 서 있는 상태로 사망한 사람들이 다수 발생하게 되고, 또 넘어진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엉키며 호흡이 불가능할 정도로 압력을 받기 때문에 질식사의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영국 서퍽 대학의 대중 과학 객원 교수인 케이시 스틸은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 휴스턴 ‘아스트로월드’ 축제에서의 압사 사고를 언급하며 “사람들이 일어나려고 애쓰다 보면 팔과 다리가 뒤틀리게 되는데, 이때 뇌로 혈액 공급이 안 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당시 세계적 힙합 스타 트래비스 스콧이 개최한 콘서트장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1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친 바 있다. 스틸 교수는 “의식을 잃는 데 30초가 걸리고 약 6분 정도 지나면 압박성 또는 제한성 질식 상태가 된다”며 “일반적으로 사망 원인은 압사가 아니라 질식사”라고 말했다.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 사실상 ‘눈사태’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AP는 “대규모 인파가 몰려 사망하는 사고를 보면 생존자들은 숨을 헐떡거리고, 눈사태처럼 느껴지는 인파로 더 깊은 곳으로 말려 들어간다”며 “다른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탈출하기 위해 그들 위로 올라가며 상황은 최악으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1989년 영국 잉글랜드 셰필드에 있는 힐스버러 경기장에서 97명의 관람객이 사망한 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생존자들은 “사람들이 뒤엉켜서 눌려 움직일 수 없었고 머리가 팔과 어깨 사이에 잠긴 채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며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을 구하는 것조차 힘들었다”고 말했다.
팬데믹이 일상화되며 이러한 사고로 인한 위험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AP는 “이제 경기장, 영화관 등 대규모 군중은 돌아왔고, 위험도 다시 돌아왔다”고 전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