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을 이틀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대형 압사사고의 배경과 관련해 주류언론은 코로나19 관련 방역규제가 풀린 뒤 열린 첫 핼러윈 행사였다는 데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시간 29일 한정된 공간에 지나치게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초래됐다는 영국 잉글랜드 서퍽대 방문교수이자 군중 안전 문제 전문가인 G. 키스 스틸 교수의 분석을 소개했다.
스틸 교수는 이른바 '집단 쏠림'(stampede)은 사람들이 달릴 공간이 있어야 발생하는데 이태원은 그런 사례가 아니라면서 좁고 막힌 공간일 경우 군중 전체가 한 무더기로 무너지면 다시 일어날 수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미노 효과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고는 통상 인파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밀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공황 상태에 빠져서 사람이 죽은 게 아니라 깔린 채 죽어가기 때문에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목격자들은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에 위치한 4m 너비의 비좁은 경사로에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이 인파의 압력에 밀리면서 한 번에 쓰러졌다고 증언했다.
스틸 교수는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오랜 기간 외부활동이 제한됐다가 올해 관련 규제가 대부분 해제되면서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핼러윈 행사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양상은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힙합 스타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 현장에서 흥분한 관객이 일시에 무대 쪽으로 몰려들면서 10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병원 치료를 받은 것이나, 이달 초 인도네시아의 한 축구경기장에서 경기장에 난입한 관중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압사사고가 발생해 130여명이 숨지는 등 최근 1년 새 유사한 사고가 잇따랐다는 것이다.
군중 시뮬레이션과 바이오정보학을 연구하는 마틴 에이머스 영국 잉글랜드 노섬브리아대 교수는 대형 이벤트에는 군중을 관리할 수 있도록 적절한 기획과 훈련된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에이머스 교수는 WP에 일반적인 관점에서, 위험하게 높은 군중 밀집도를 예측·감지·방지하는 적절한 군중 관리 프로세스가 정립되지 않는 한 이러한 일들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