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하원 다수당 선언에 따라 케빈 매카시(57·) 하원 원내대표가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통령, 부통령에 이어 미국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은 미국 의회를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자리다. 행정부 소속인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임하기 때문이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 출신이면서도 2006년부터 내리 9선을 이어온 공화당 중진이다. 2016년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할 정도로 친 트럼프 성향을 드러낸 인물이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조 바이든 대통령 탄핵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백지수표는 안된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손보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방송 인터뷰에선 국경강화법안을 1호 법안으로 추진하겠다며 현 정부의 이민정책을 고치겠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작은 정부’와 자유시장 정책, 낮은 세금을 선호하는 그는 복지 및 친환경 예산을 대규모로 편성한 정부 예산 삭감도 주장하고 있다.
매카시는 공화당이 다수당이던 2014~2018년 존 베이너·폴 라이언 하원의장 밑에서 하원 다수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당시 라이언 하원의장과 함께 ‘영건스(Young Guns)’로 불리며 보수의 세대교체를 주도했다.
2015년 하원의장 선거에 도전했지만 공화당 주도로 설치된 하원 벵가지 특위가 미군 사망 사건을 조사하기보다 민주당 대선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겨냥할 것이라 발언하는 ‘설화(舌禍)’로 중도하차했다.
이때부터 매카시는 정치색을 ‘친 트럼프’로 철저하게 바꿨다. 당시 ‘극우 성향 이단아’ 취급을 받던 트럼프를 대선후보로 끌어올리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매카시는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낙선한 뒤 내세운 ‘선거 사기’ 주장에 동조해왔다. 당내 ‘큐어넌(Quanon·민주당 엘리트 집단이 미국 사회를 오염시켰다고 믿는 집단)’ 추종 정치인들을 방치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현재 공화당 내 차기 하원의장 경쟁자가 없지만 벌써 반란표 단속에 돌입한 상태다. 민주당과의 의석 차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돼서다. CNN은 9일(현지시간) 그가 당선이 확정된 직후부터 하원 당선자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매카시 원내대표가 차기 하원의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노골적인 트럼프주의자로 지내긴 힘들 것”이라 전망했다. 이번 선거에서 친 트럼프 후보들이 줄줄이 낙선해 당내 트럼프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들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