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 10여일 앞두고 경기장 건설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의 폭로가 쏟아지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보상 기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인권단체 에퀴뎀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카타르 월드컵을 위해 경기장을 건설했던 이주노동자들이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노동권 침해’를 견뎌왔다고 보도했다. 에퀴뎀은 최근 ‘불평하면 우리는 해고된다:FIFA 월드컵 카타르 2022 경기장 부지에서 이주 건설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착취’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에퀴뎀은 지난 2년 동안 카타르 내 8개 경기장에 고용된 60명의 직원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보복이 두려워 모두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고 에퀴뎀은 전했다. 카타르는 이주노동자들의 노조 결성과 파업, 시위 등을 모두 금지하고 있다. 이에 이주 노동자들은 목소리를 낸다면 일자리를 잃거나 추방되는 등의 불이익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장 건설에 투입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불법 취업알선료를 내야 했고, 이 때문에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큰 빚을 졌다.
임금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 체불·초과 근무 수당 미지급·계약된 수당 낮은 임금 등의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 내 여러 경기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 방글라데시 노동자는 “나는 초과 근무 수당을 받지 않고 일주일 내내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한다”고 말했다.
경기장에서 잔디밭을 관리하는 조경사로 근무하는 또 다른 방글라데시 노동자는 “사막이 있는 카트르는 바람이 많이 불고 먼지도 많다. 여름이면 온도가 5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열사병과 탈수증연 여기서는 흔한 질병이다”라고 말했다. 경기장 건설을 위해 234명의 방글라데시인이 불법 노동자로 고용됐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또한 인터뷰에 응한 많은 노동자가 “국적에 기반한 차별과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학대를 포함한 직장 내 폭력이 있으며 두려움과 보복의 문화에서 강제로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타르 당국은 한 달에 약 275달러(36만3412원) 최저 임금을 정해놓았으며, 기온이 높을 때는 근무를 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임금 착취 및 기타 학대에 대해 근로자를 보상하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등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준비해놓았지만 사실상 제대로 지켜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나마르타 라주 수석 연구원은 “(축구) 팬들은 그들이 앉아 있는 경기장이 노동자들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야 한다”며 “노동자 중 많은 사람이 강제 노동이나 다른 형태의 현대적 노예 상태에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무스타파 카드리 에퀴뎀 소장은 “우리는 수천 명의 근로자가 불법 채용 비용과 임금 체불 등에 대한 구제를 받아야 한다고 추정하고 있다”며 “카타르와 FIFA 그리고 그들의 파트너는 이번 월드컵에서 수십억 달러를 벌 수 있겠지만 경기장을 건설한 노동자들은 그들의 돈을 도둑맞았으며 그들의 삶 또한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FIFA는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고 즉시 보상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