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18년 연속 유엔 인권 담당 위원회를 통과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등에 관한 지적이 새로 추가됐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표결 없이 전원 동의(컨센서스)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다음 달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결의안은 고문·자의적 구금·성폭력, 정치범 수용소, 강제실종, 이동의 자유제한, 여성·아동·장애인 인권 침해 등 내용을 언급하며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지적했다. 또 ‘인권침해에 가장 책임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지목,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할 것과 추가 제재를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
결의안에는 외국인에 대한 고문, 즉결 처형, 자의적 구금, 납치 등을 우려하는 기존 조항에 “유족들과 관계 기관들에 모든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는 문장이 추가됐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관한 한국 정부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 “북한으로 송환되는 북한 주민들이 강제 실종, 자의적 처형, 고문, 부당한 대우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새로 포함됐다.
결의안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인도적 국제기구의 북한 접근 허용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았다. 결의안은 “코로나19로 북한의 인권과 인도주의 상황이 악화했다”며 “주민 복지가 아닌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추구에 자원을 전용한 것을 규탄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의안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주도했다. 한국도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한국이 제안국으로 참여한 건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결의안 내용을 단호히 거부한다. 정치적 책략”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국을 향해서도 “내치 능력 부족이 원인이 된 인재(人災)인 유례없는 압사 사고를 촉발했다”며 “그런 한국 정부가 대내외적인 비판을 축소하기 위해 유엔에서 인권 이슈를 최대한 이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유엔 한국대표부의 배종인 차석대사는 “최근 발생한 비극에 대한 북한의 터무니없는 발언은 북한의 인권 경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한은 전 세계가 조의를 표하는 와중에도 미사일 도발을 했다. 인도주의에 반하는 북한의 태도에 다시 한번 실망감을 느낀다”고 반박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