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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트럼프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 선거 승리…보수언론도 등돌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차기 리더십 경선에서 친트럼프 의원을 누르고 승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 기간 매코널 의원의 차기 상원 리더십 유지를 공개적으로 반대했지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보수언론과 공화당 대선 잠룡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대권 도전 선언에 우려를 표명하며 충돌 양상이 벌어졌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16일(현지시간) 공화당 상원 의원 투표에서 릭 스콧 의원을 ‘37대 10’으로 승리했다. 매코널 의원은 다음 의회에서도 공화당 상원 원내 수장을 맡게 되며, 미국 역사상 가장 장기 집권하는 상원 원내대표가 됐다.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매코널 의원과 스콧 의원은 강도 높은 설전을 펼치며 갈등을 드러냈다고 한다. 스콧 의원은 오전 “(당의) 현재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원내대표 도전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다음 달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 이후로 원내대표 선출을 미룰 것도 요구했다.

매코널 의원은 스콧 의원의 말을 자른 뒤 그가 전국공화당상원위원회(NRSC) 위원장 직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선거자금도 잘 못 썼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스콧 의원은 매코널 의원이 선거 의제를 제대로 정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공화당 소식통을 인용해 “스콧 의원이 그렇게 화를 낸 걸 본 적이 없다. 예상치 못한 매우 격렬하고 직설적인 대결이었다”며 “긴장감 있게 시작됐고, 점차 신랄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투표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내 자리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경쟁자가 있다고 해서 내 자리가 위협받는 것은 아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선거 패배 원인에 대해서도 “우리는 공화당에서 너무 많은 혼란과 너무 많은 부정을 본 중도파 유권자들 외면했다”며 자질 문제를 일으킨 친트럼프 극우 후보들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스콧 의원이 맡았던 NRSC 위원장 자리를 스티브 데인스 의원에게 넘기는 등의 후속 지도부 인사도 발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 장악력에도 의구심이 제기됐다. 그는 중간선거 기간 매코널 원내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스콧 의원에 대해서는 “우리가 그를 과소평가했다”며 차기 상원 지도부 입성을 지원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에 대한 반발도 터져 나왔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시대는 새로운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유권자들은 다음 대선 후보에 대해 트럼프보다 나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우리는 백미러를 쳐다보며 피해자라고 주장하지 않을, 진지하고 잡음이 없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패배를 배가하는 것은 민주당에 대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 출마 선언 전 “중요한 것은 (당과 국민을) 이끌고 있는냐, 결과물을 보여주는냐, 국민을 위해 서 있느냐”라며 “나는 결과와 리더십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공격을 예고한 것에 대해 “여러분이 알게 될 모든 것은 단지 소음”이라고 말하며 날을 세웠다.

보수 언론인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관련 보도를 26면 단신 기사로 전하며 “플로리다의 한 은퇴자가 대선에 출마한다는 깜짝 선언을 했다”며 “열혈 골퍼인 트럼프가 기밀문서 도서관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대권 도전을) 시작했다”고 조롱했다.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부대변인을 지낸

한편 공화당은 이날 중간선거 하원 의석 218석을 확정해 4년 만에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차기 하원의장 가능성이 높아졌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