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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신청 FTX, 18개월 간 정치자금 968억원 뿌려


미국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가상화폐 거래소 FTX 경영진이 최근 968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정치후원금을 뿌린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 전 최고경영자(CEO)는 민주당에, 또 다른 고위 임원 라이언 살라메는 공화당에 집중 기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정치 후원금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책임정치센터(CRP)를 인용해 샘 뱅크먼-프리드 창업자 등 FTX 임원들이 최근 18개월 동안 총 7210만 달러(약 968억 원) 이상을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FTX의 정치자금 후원은 같은 기간 전체 가상화폐 업계의 정치 후원금(7300만 달러) 대부분을 차지한다. FTX의 기여로 가상화폐 업계는 방위 산업과 자동차 산업 전체 후원금을 합한 것보다 많은 정치 후원금 큰 손이 됐다고 WSJ는 전했다.

특히 뱅크먼-프리드 전 CEO는 이번 중간선거 직전까지 정치인들이나 관련 정치활동위원회(PAC)에 3990만 달러(약 535억9000만 원)를 후원했다. FTX 전체 후원금의 55.3%에 달한다. CRP에 따르면 이 자금은 대부분 민주당 정치인이나 진보 단체에 투입됐다. 그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연계된 PAC에 600만 달러를 단독으로 기부했다. 또 다른 FTX 임원 니샤드 싱과 함께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연계된 PAC에 3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 다음으로 민주당에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한 후원자가 됐다.

반대로 FTX 고위 임원인 살라메는 2300만 달러(약 308억9000만 원)를 대부분 공화당과 보수 단체에 후원했다. 그는 공화당 후보들을 돕는 단체 ‘아메리칸드림 연방 행동 펀드’에 1500만 달러를 지원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연계된 PAC와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와 연계된 PAC에도 각각 250만 달러, 200만 달러를 냈다. 살라메는 이를 통해 공화당 고액 후원자 리스트 11위에 올랐다.

FTX는 가상화폐 산업을 지원했던 여야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집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먼-프리드는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후보를 지원하는 ‘우리 미래를 지켜라’라는 단체에 27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또 상원 농업위 위원장인 데비 스태버나우 민주당 의원, 공화당 간사인 존 보즈먼 의원에게 개인 후원금 최고 한도인 5800달러를 각각 기부했다. 둘은 지난여름 FTX에 유리한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한편 FTX는 무담보 채권자 상위 50명에게 진 빚만 31억 달러(4조1000억 원)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FTX가 델라웨어주 파산 법원에 제출한 채권자 명단에 따르면 1위 채권자에게 진 빚은 2억2600만 달러(3035억여 원)였다. 이를 포함해 상위 10명에 대한 부채는 14억5000만 달러(1조9000억여 원)나 됐다. 채권자들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상위 채권자 50명은 FTX 지급불능 사태에 휘말려 피해를 본 개인 또는 기관 고객들이라고 전했다. FTX는 세콰이어캐피탈, 블랙록, 타이거글로벌 등 투자회사나 온타리오 교원연금 등 단체로부터 막대한 투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