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 다수가 11월 회의에서 통화긴축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달 열리는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연준이 빅스텝(0.5% 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위원들은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연준이 23일(현지시간) 공개한 11월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보면 참석자 상당수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목표(2% 물가상승률)를 달성할 만큼 충분히 제한적인 수준에 접근한 만큼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속도 조절 시기에 대해서도 “곧 증가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참석자 일부는 “계속해서 지금과 같은 공격적인 속도로 금리를 올리면 금융 시스템에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긴축 속도를 늦추면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구체적 징후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유리하다”고 언급한 참석자도 있었다.
참석자들은 연준의 최종 목표 금리 수준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위원은 “기준금리의 최종 수준은 과거 전망한 것보다 다소 높을 것”이라며 최종 금리를 상향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은 경기둔화 가능성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의사록은 “다수 참석자가 경제 활동 전망에 대한 하방 위험이 가중돼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여파,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정책에 따른) 역풍, 긴축된 금융 상황으로 인해 해외 경제 활동이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록에는 “글로벌 수요 약세는 제조업의 현저한 둔화로 이어져 수출 중심의 아시아 신흥시장 경제 활동에 부담을 줬다”는 내용도 언급돼 있다.
참석자들은 또 “에너지 가격 상승과 글로벌 긴축이 세계 경제성장률(GDP) 둔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국 달러 강세와 함께 외국 경기 둔화가 미국 수출 부문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고, 미국 경제에 더 큰 파급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의사록은 “미국에서도 소비자 지출 성장이 약해졌다”고 언급했다. 일부 참석자는 “일부 가구는 팬데믹 기간 축적한 저축을 소진하고 있고, 재정적 부담을 겪고 있는 가구가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