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서방이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현재 전황이 러시아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음에도 불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당 기간 권력을 유지해나갈 것으로 보이는만큼 부작용이 큰 최후의 수단에 손을 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전쟁 전문가인 존 뮬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칼럼에서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자충수가 돼 조만간 실각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이런 평가는 시기상조”라며 이같이 지적했다.이어 “푸틴의 향후 임기가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는 있으나, 역사는 그의 생존 전망이 일반적인 추정보다는 나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뮬러 교수에 따르면 과거 수많은 독재 국가 지도자들이 전쟁에서 재앙적 수준의 손실을 입은 후 대중 반란이나 내부 쿠데타 등을 겪으면서도 권좌를 지켜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일례로 이집트의 가말 압델 나세르 전 대통령은 1967년 이스라엘과 싸워 굴욕적으로 패배하고서도 3년 뒤 심장마비로 사망할 때까지 대통령직에 머물렀다.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은 1980년 이란을 상대로 시작해 8년간 이어진 전쟁에서 참패했음에도 살아남았고,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국과 쿠웨이트에 약 100시간 만에 백기를 든 이후에도 10여 년 더 자리를 지켰다.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레바논 내전에 파병했다가 체면을 구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소말리아에서 수많은 병사를 잃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모두 군사적 실패를 딛고 재선에 성공했다는 것이다.뮬러 교수는 “특히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보안 조직을 거느린 독재 정권은 해외에서의 위험한 모험이 빗나갔을 때 그들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물리칠 수 있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누가 승리하든 푸틴 대통령이 통치를 지속할 수 있다면, 수세에 몰렸다고 해서 섣불리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등 확전으로 치닫는 ‘오판’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뮬러 교수는 “푸틴은 전쟁을 빠르고 성공적으로 끝내고자 한다”며 “서방이 만약 푸틴이 패전의 공포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극단적 확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보고 그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이런 푸틴의 궁극적 목표를 간과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