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저우 아이폰 생산공장 전면 봉쇄 사태를 겪은 애플이 드디어 ‘탈(脫) 중국’ 카드를 꺼내들었다. 핵심 제품 대부분을 생산하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줄이는 대신, 베트남과 인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의 대체 생산시설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3일(현지시간) 애플 안팎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대만 폭스콘사 등 주요 협력업체들에게 “중국이 아닌 인도 베트남 등지에서의 생산을 늘려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애플 분석 전문가인 궈밍치 TF증권 애널리스트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은 장기적으로 인도에서의 생산 비율을 40~45%까지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인도에서 생산되는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의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애플이 이처럼 탈중국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직접적인 원인은 ‘아이폰 시티’로 불리는 중국 정저우 폭스콘 공장의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장기 폐쇄 사태 때문이다. 30만명에 이르는 정저우 공장은 최고급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아이폰14 프로와 프로맥스의 85%를 생산한다.
이로 인해 애플은 4분의2분기 매출이 60%가량이나 급감했으며, 장기 폐쇄에 지친 중국 노동자들의 무단 탈출과 탈출한 노동자들의 미복귀로 향후 생산차질 규모는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정저우 공장은 시진핑 정권에 대한 전국적인 ‘백지시위’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WSJ는 “코로나19가 공장 내에서 발생하자 집단 탈출해 고향으로 돌아간 노동자들의 미복귀와 최근 충원된 신규 인력들의 수당문제에 대한 반발로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이와 더불어 정저우 공장을 운영하는 대만 폭스콘에 대한 의존도도 순차적으로 크게 줄일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의 탈중국 계획이 그대로 실현되면 중국 경제는 결정적 타격을 받을 개연성이 다분하다. 애플의 하청을 받은 폭스콘은 지난 2019년 한해 동안 정저우 공장에서만 320억달더 어치의 아이폰 제품을 생산해 해외로 수출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전체 수출에서 폭스콘이 차지하는 비율이 3.9%로 단일 기업으로서는 엄청난 비중을 차지했다.
WSJ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저우 공장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애플 경영진으로 하여금 ‘중국이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적합치 않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면서 “애플은 정저우 사태를 통해 더 이상 첨단 정보통신(IT)제품을 생산하는 데 단 한 곳만 ‘이용’할 수 없다는 쓰라린 교훈을 얻었다”고 전했다.
앨런 옝 폭스콘 미국법인 대표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엔 생산기지를 한곳에 집중하는 게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젠 아니다”면서 “자유무역이 세계경제의 규범이었고 (애플과 폭스콘, 정저우 공장의 관계는) 늘 예상가능한 범위안에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애플은 폭스콘 정저우공장 이외에도 아이폰과 맥북 등 다른 제품 생산 하청을 맡고 있는 중국 럭스셰어프리시전사, 윙텍 테크놀로지사에 대한 의존도도 크게 줄이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애플의 생산기지 다변화 전략은 미·중의 국제정치적 관계나 ‘안티 차이나(Anti China)’라는 현재 세계경제의 흐름과 발 맞추는 행보지만, 걱정거리도 존재한다”면서 “아이폰 매출의 상당 부분이 중국 현지에서 발생하는데 애플이 중국에서 발을 뺄 경우 매출급감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위험이 바로 그것”이라고 평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