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21세기에서 벌어지기 힘든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의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살인범을 직접 공개 처형한 것이다.
탈레반은 7일(현지시간) 아프간 남서부 파라주의 한 스타디움에서 살인·강도 혐의 유죄판결을 받은 남성 타지미르에 대한 공개 처형을 실시했다고 밝혔다고 BBC 등이 전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사망한 피해자의 아버지가 죄수에게 3발의 총탄을 쐈다”고 밝혔다.
이날 처형장에는 법무장관, 외무장관 등 수십명의 지도자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사형집행에 앞서 인근 주민들에게는 공개 처형식에 참여하라는 공지가 내려오기도 했다. 이 사형수는 5년 전 한 남성을 칼로 찔러 살해했고 유죄판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이 재집권 후 공개 사형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탈레반은 지난달 23일에도 동부 로가르주의 축구 경기장에서 절도범, 간통범 등 14명에게 공개 태형을 집행했다.
1차 집권기(1996∼2001년) 때 경기장 공개 처형, 손발 절단형, 투석형 등으로 악명 높았던 탈레반이 과거 같은 가혹한 형벌을 다시 도입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달 12일 아쿤드자다가 판사들에게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형벌을 시행하라고 지시하면서 본격화됐다.
아쿤드자다는 당시 “절도, 납치, 선동 등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한 후 샤리아의 모든 조건에 맞으면 후두드(hudud)와 키사스(qisas)를 시행할 책임이 있다”며 “이는 나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후두드는 살인·강도·강간·간통 등 중범죄에 대한 이슬람식 형벌로 참수, 투석, 손발 절단, 태형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키사스는 쿠란(이슬람 경전)의 형벌 원칙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의미의 비례 대응 개념이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