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3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정확하게 예측한 기관은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평가받는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영국 보안국(MI6)도 아니었다. 취합한 공개추출정보(OSINT·오신트)를 종합 분석해 글로벌기업 등에 제공하는 소규모 정보업체 ‘정보상점(The Intelligence Shop)’이었다.
21세기 인터넷·모바일 시대, 오신트가 정보전쟁의 총아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는 능력은 CIA보다 중국 정보기관들이 한 수 위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신트는 공개된 출처에서 얻은 각종 정보를 일컫는다. 국가와 국제기구, 공공기관, 대학 및 연구기관, 기업, 비영리단체 등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한 각종 통계와 위치정보, 영상 및 사진, 상업위성사진, 각종 소셜미디어 게재 글, 빅데이터 등이 그것이다.
8명이 운영하는 정보상점은 바로 이 오신트만 이용해 우크라이나전쟁 발발을 맞혔다. CIA 등 정보기관이 다룰 만한 국가·군사기밀 같은 건 아예 취급하지도 않았다.
오신트를 통해 정보전쟁을 수행하는 능력은 중국이 미국에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통적으로 인간정보(HUMINT·휴민트)에 의존해온 CIA가 공공기관·국영기업·반국영기업·민간기업·비영리단체 등이 수집한 오신트를 전부 장악할 수 있는 중국 정보기관보다 정보력에서 뒤처진다는 의미다. 휴민트는 정보원·공작원·첩보원·스파이 등 사람을 통해 얻어낸 대상 국가나 기관의 기밀이나 정보를 말한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 특성상 정부와 공산당,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이 엄격히 구별되지 않는다. 어느 순간 민간기업이 정부 소유가 되거나 정부 규제에 따라 영리활동으로 얻어낸 정보를 국가기관에 넘겨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휴민트 구축 전통에 취약한 중국 정보기관들은 일찌감치 2000년대 초반부터 오신트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정보기관이 닥치는 대로 오신트를 취합해 정보전쟁 수단으로 삼았다.
반면 CIA는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전직 CIA요원은 WSJ에 “오신트 활용에 CIA도 나서고 있지만 기업과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서방의 특성상 중국 같은 사회주의 국가의 정보기관보다 훨씬 불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지타운대 윌리엄해너스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10만명이 넘는 오신트 전문 정보분석가를 보유하고 있다. WSJ는 미 의회 보고서를 인용해 “오신트 정보분석 분야에서 미국은 중국을 물론 다른 경쟁국보다 한참 뒤처진 상태”라고 전했다.
중국의 오신트 정보력에 대한 미국의 두려움이 잘 드러난 사례가 바로 화웨이 스마트폰·5G 통신망과 소셜미디어 동영상서비스앱 틱톡의 사용금지 조치다. 화웨이와 틱톡을 통해 미국인의 개인정보, 미국 기업의 각종 데이터, 공공기관의 위치 정보 등이 고스란히 중국 정보기관으로 넘어가면 국가안보를 위협할 개연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WSJ는 “CIA를 비롯한 서방 정보기관들이 21세기 정보전쟁에서 패하지 않기 위해선 오신트 분석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중국처럼 첨단 정보통신기술(IT)에 능숙한 모바일세대를 전문가로 양성해야 한다”고 평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