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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시위’ 탄압 이란, 유엔 여성기구서 ‘아웃’


이란이 유엔 여성기구에서 퇴출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히잡 의문사’에서 비롯된 반정부 시위대를 잔인하게 진압하고 시위 참가자들을 구금하는 것은 물론 사형까지 선고한 데 따른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란을 ECOSOC 산하 유엔여성지위위원회(CSW)에서 제명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결의안 표결에는 54개국이 참여해 29개국이 찬성한 반면 반대는 8개국에 불과했다. 나머지 16개국은 기권했다.

한국은 ECOSOC 이사국으로 찬성표를 행사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서방 국가는 모두 찬성 진영에 동참했으며 중국·러시아는 반대표를 던졌다.

미국 제안으로 제출된 결의안은 이란을 CSW에서 즉각 축출하는 내용을 담았다. 45개 회원국을 거느린 CSW는 정치·경제·사회 분야에서의 여성 지위 향상에 관한 보고서를 ECOSOC에 제출하고 필요 사항을 권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표결에 앞서 “이란이 CSW에 계속 남는 것은 이 위원회의 신뢰성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며 “여성과 자유를 위해 이란을 축출하는 데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미국 정부는 표결 결과를 환영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에서 “미국은 평화 시위대의 인권을 짓밟는 이란 정부에 책임을 묻기 위해 동맹·동반자 국가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도 “용감한 이란 국민에게 전 세계가 보내는 확실한 지지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히잡 착용 의무화 반대 시위’ 사태 초기부터 강경 진압에 나섰다. 최근에는 붙잡힌 시위대 일부에 사형을 선고하고 잔혹한 방법으로 집행해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8일 모센 셰카리(23)에 이어 12일 마지드레자 라나바르드(23)를 공개 처형하고 시신을 크레인에 매달아 공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앞서 이란 법원은 시위 진압에 나선 보안군을 살해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두 사람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한편 주한 이란대사관은 한국이 제명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데 대해 “이란과 오랜 역사의 문화 관계를 구축한 우호국임을 감안할 때 예상 밖의 비우호적인 결정”이라며 비난했다. 또 “유색인종 여성에 대한 수많은 인권 침해 사례가 눈에 띄는 국가로서 미국이 이런 결의안을 제시한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