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차 학살’ 이후 미국이 러시아 주요 금융기관의 국제 거래를 차단하는 추가 제재를 단행했지만 유럽연합(EU)은 머뭇거리고 있다. 대러 제재를 둘러싸고 유럽 각국의 온도 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EU가 이날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지 등을 포함한 러시아 제재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EU는 7일 회의를 이어갈 방침이지만 타협이 이뤄질지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U는 러시아를 상대로 4차례 제재를 부과했지만 미국처럼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 금지까지는 하지 않고 있다. EU 회원국 사이에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회원국이 반대하고 있다. EU는 천연가스의 40%, 석유의 25%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EU의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의존도는 더욱 높다. 독일은 가스의 55%, 석유와 석탄은 40%가량을 러시아에서 들여온다.
헝가리가 대러 제재에 이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4연임에 성공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러시아가 요청한다면 가스 수입 대금을 루블화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루블화로 에너지 대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EU의 방침과 어긋나는 발언이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전쟁에 대한 향후 대응을 놓고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 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폴란드와 발트해 인근 국가 등 중부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와 관계를 끊고 러시아에 패배를 안기길 원한다고 NYT가 서방 국가 고위 관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가 승전할 경우 유럽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프랑스 독일 터키 등은 러시아의 전쟁범죄 의혹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있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를 제압하기 쉽지 않고 전쟁도 완승보다는 휴전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