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정부가 20일(현지시간) 모든 공립 및 사립대학교에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수업 참여를 무기한 금지할 것을 명령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아프간 고등교육부가 대학교에 보낸 서한에는 “탈레반 지도자들이 여성들의 대학 교육을 무기한 금지할 것을 명령했다”며 “추가 통지가 있을 때까지 언급된 여성 교육 중단 명령을 이행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탈레반 정부는 2021년 8월 아프간을 장악한 뒤 여성과 소수자들의 권리를 약속했지만 점차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엄격하게 해석해 적용하는 추세다. 탈레반은 1차 집권기이던 1990년대 샤리아를 앞세워 여성의 취업과 교육, 외출 등을 제한했다.
탈레반 정부는 지난해 8월 재집권 이후로 중단된 중·고등 여학생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약속했었지만 새 학기 첫날이던 올 3월 23일 “중·고등 여학생의 등교는 다음 고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한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현재까지도 아프간에서는 중·고교 교실에 여학생들의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그러나 대학교에서는 여성의 수업 참여를 계속 허용했기 때문에 많은 아프간 중·고등 여학생들은 학교가 다시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있는 사키나 사마(22)씨는 NYT에 “대학은 나에게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오늘 우리는 블랙홀에 갇혔다”고 말했다. 과거 사진 스튜디오에 근무했던 그는 탈레반이 집권하면서 직장도 잃은 상태다. 탈레반 정권이 여성의 취업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직장을 잃은 후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사마 씨의 유일한 기쁨이었다. 그는 NYT에 “더 이상 희망이 남아 있지 않다”며 “만약 여자로 태어난 것이 죄이고, 내가 여자로 태어났다면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인권단체와 서방에서는 강한 비판을 내놓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탈레반의 이번 발표가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소녀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부끄러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로버트 우드 미국 차석대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탈레반은 그들이 모든 아프가니스탄인, 특히 여성과 소녀들의 인권과 기본권을 존중하기 전까지는 국제사회의 합법적 일원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