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러시아의 민간인 대량 학살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과거 일본의 대표적인 민간인 학살 사건인 ‘난징 대학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5일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는 부인하지만 키이우(키예프) 근교에서 400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살해된 것이 사실이라면 공정하게 재판받아야 한다”며 “일본군에 의한 난징에서의 학살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군에 의한 수십만명의 이라크인·아프간인이 살해된 것과 미군의 원자폭탄 투하 역시 처벌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전범국이자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일본이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에만 비판적인 모습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일본은 러시아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이고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NHK와 닛케이 등 일본 언론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7일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며 “‘전쟁 범죄’는 용서해선 안 되고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 정부는 8일 러시아산 석탄 수입 제한을 발표하고 러시아 외교관 일부를 추방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비판하는 행태와 달리 일본은 과거 자국의 만행에 대해선 침묵을 넘어 왜곡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하토야마 전 총리가 언급한 난징 대학살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 지난달 29일 교과서에서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이 아닌 ‘위안부’로 표현하는 등 일본의 만행과 강제성을 축소·은폐해왔다.
난징 대학살은 1937년 12월 13일부터 다음해 1월까지 국민당 정부 수도인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이 중국인을 대거 학살한 사건이다. 중국 정부 당국과 학계는 피해자 규모를 30만명, 일본 학계는 2만∼2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본의 민간인 대학살은 비단 난징에서만 이뤄지지 않았다. 1923년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사회 혼란 수습이란 명목으로 일본 정부 및 치안 당국과 일본군의 주도로 조선인 6000여명이 무자비하게 살해당했다. 일본 정부는 관동대학살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지 않았으며 사과 역시 지금까지 없었다.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