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유럽 회원국에 병력을 증강해 영구 주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9일(현지시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그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토는 매우 근본적인 변화 한복판에 서 있다. 이 변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동이 가져올 장기적인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며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그는 “지금 우리가 보는 건 새로운 현실이자 유럽 안보에 대한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이라며 “나토는 장기적인 대응을 위한 전략을 완전히 재설정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일환으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을 노리는 러시아의 침공 시도를 물리칠 수 있는 충분한 병력을 파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옛 소련 소속이었던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은 현재 소규모의 나토 병력만 주둔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 나토의 동부 주둔군은 미미한 수준으로 억지력 역할 정도만 수행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러시아의 야욕이 드러난 이상 동유럽 안보 지형을 이전처럼 안정적 상태로만 여길 수 없다는 게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의중이다.
지난달 나토 30개 회원국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동유럽 방위와 더불어 나토의 장기적인 억지력과 방위를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동유럽 접경지에는 이미 병력 4만명이 나토의 직접 지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발하기 수개월 전보다 10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그는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로 가는 ‘공격용 무기’ 지원의 당위성을 옹호하는 발언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여러 종류의 무기를 필요로 하는 것은 방어하기 위해서이며 잔혹함과 침공, 잔인한 군사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란 것이다.
서방이 그동안 대공·대전차 미사일 등 방어용 무기를 중심으로 지원해온 가운데 서방 일부 국가가 러시아를 자극할 것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를 제공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중국이 러시아와 점점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위협을 나토의 안보 환경 평가와 전략·대응 방법 등을 담은 ‘전략 개념(Strategic Concept)’ 문서에 처음으로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