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러시아 고객 상대 판매를 중단하자 러시아 인플루언서들이 샤넬백을 가위로 자르는 영상을 게시하며 항의에 나섰다.
유명인들의 이 같은 항의에 대해 러시아의 침공으로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사망한 것은 신경 쓰지 않느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TV 진행자인 마리나 에르모스키나(28)는 지난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샤넬백을 원예용 가위로 자르는 동영상을 게시했다.
두바이의 샤넬 매장 직원들은 에르모스키나에게 러시아에서 가방을 착용하지 않겠다는 서류에 서명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에르모스키나는 매장에서 러시아인들에게 가방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통화에서 “이것은 루소포비아(러시아 혐오)”라며 “가장 순수한 형태의 차별이다. 모든 여성이 동일하다면 왜 국적으로 여성을 차별하는가”라고 말했다.
934만 팔로워를 보유한 러시아 모델 빅토리아 보니야(33)도 인스타그램에 샤넬 가방을 가위로 자른 후 집어던지는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샤넬이 고객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왜 샤넬을 존중해야 하는가”고 말했다.
러시아 인플루언서 안나 칼라시니코바는 최근 두바이에서 샤넬 제품을 구매하지 못했다면서 “러시아 혐오를 직접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샤넬은 지난 5일 “러시아 사업을 철수하고 러시아인에게 샤넬 제품 판매를 금지했다”며 “이 결정은 러시아인에게 300유로(한화 40만원) 이상의 사치품 판매를 금지하는 유럽연합(EU) 제재를 준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는 샤넬 옷과 액세서리 착용을 거부하자는 움직임도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들의 이 같은 반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해당 인플루언서들의 SNS에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는 누리꾼들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해외 누리꾼은 보니야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아이들과 무고한 사람들이 죽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처럼 행동하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네가 핸드백을 못 사 울고 있는 사이 러시아 정부 때문에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죽고 있다” “왜 러시아의 살인자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느냐. 우스꽝스럽고 역겹다” 등의 비판도 나왔다.
에르모스키나의 인스타그램에는 “지금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나라다. 어떤 브랜드도 파시스트들에게 상품을 제공하고 싶지 않을 것” “이런 일을 할 시간에 거리로 나가 러시아의 민주주의를 위한 시위를 하라”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