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퇴각한 뒤 점령지에서 여성과 소녀들을 감금, 성폭행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며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부차의 현지 조사관과 목격자 등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만행들을 보도했다. 부차는 러시아군이 한때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마을로 민간인 집단 학살 의혹이 제기된 곳이다.
보도에 따르면 부차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고문, 성폭행 정황이 곳곳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우크라이나의 한 남성은 러시아군 퇴각 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뒤 지하실에서 한 여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 여성은 고꾸라져 앉은 채로 맨다리를 드러내고 털코트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았다. 머리에 총을 맞은 상태였고, 바닥에는 총알 2개가 떨어져 있었으며 옆에는 사용된 콘돔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인권 조사관 류드밀라 데니소바는 이 여성은 러시아군이 저지른 많은 성범죄 사례 중 하나라고 말했다.
데니소바는 또 한 무리의 여성과 소녀들이 주택 지하실에 25일간 감금된 채 성노예가 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 중 9명은 현재 임신 중이다. 이어 유엔 인권이사회에 “우크라이나에서 자행된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에서 이러한 사례들을 참작할 것”을 촉구했다.
AFP에 따르면 유엔도 성폭행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며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마 바호스 유엔 여성기구 국장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우리는 성폭행과 성폭력 사례에 대해 점점 더 많이 듣고 있다”며 “정의와 책임의 차원에서 이 혐의는 독립적으로 조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경 지역에서는 젊은 여성과 소녀들이 인신매매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 역시 안보리 회의를 통해 “러시아군이 여성과 아이들에게 자행한 것은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고 규탄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