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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세 LA 총격범, 단골 댄스 교습소 노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총기난사범 휴 캔 트랜(72)은 평소 자주 다니던 댄스 스튜디오 두 곳을 범행 장소로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왕래하는 친구가 없었고, 주변에 대한 복수심을 자주 드러냈다는 증언도 나왔다. 범인이 사용한 무기는 대용량 탄창이 달린 불법 무기로 드러나 총기 규제에 대한 목소리도 커졌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수사당국에 따르면 트랜은 지난 21일 오후 10시 20분쯤 LA 카운티 소도시 몬터레이 파크의 ‘스타 볼룸 댄스 스튜디오’에서 총기를 난사해 10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한 명이 이날 추가로 사망해 사망자는 모두 11명으로 늘었다.

트랜은 당시 1차 총격 후 곧바로 인근 앨햄브라 지역의 ‘라이라이(來來) 볼룸 &스튜디오’로 가 추가 범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해당 스튜디오 창업자 가문의 손자 브랜던 차이(26)에게 저지돼 미수에 그쳤다.

차이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무실에서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봤을 때 반자동 권총을 겨눈 남성을 봤다”며 “그는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이는 곧바로 트랜에게 달려들어 몸싸움을 벌인 끝에 권총을 빼앗았다.

LA 카운티 보안관(셰리프) 로버트 루나 보안관은 “트랜이 사용하려던 총은 대용량 탄창이 달린 반자동 공격용 권총이었다”며 “훨씬 나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트랜은 2차 범행 시도가 실패로 끝나자 흰색 밴을 몰고 달아났고, 약 35㎞ 떨어진 토런스의 한 쇼핑몰 인근 주차장에서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의 집에서 308구경 소총과 다량의 탄약 등을 발견했다.


트랜은 범행을 저지른 두 장소의 단골이었다고 한다. 트랜의 지인 애덤 후드는 “친구가 거의 없었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복수심이 많았다”며 “춤이 그의 유일한 취미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그는 “트랜이 밤에 유일하게 가는 곳이 스타 스튜디오와 라이라이 스튜디오였다”며 “하지만 그는 그곳 사람들이 자신과 친하지 않았다고 불평했고, 직원들에게도 화를 내왔다”고 전했다.

트랜이 20년 전 전 부인을 만난 곳도 같은 장소였다고 한다. 그의 지인은 “트랜은 이혼한 부인이 자신을 속였다고 믿어 왔다”며 “오랜 증오와 불행, 절망에서 동기를 부여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랜이 일부 피해자를 겨냥해 총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수사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트랜이 사망자 일부를 구체적인 목표로 삼았고, 이어 다른 사람들을 향해 총기를 무작위로 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랜은 중국계 이민자이고, 이번 사건의 희생자 역시 모두 아시아계 50~7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아직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 비영리연구센터 ‘폭력 프로젝트’에 따르면 트랜은 1966년 이후 총기난사범 중 최고령이다. 지난 60년간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범인의 평균 연령은 32세였다. 70대 난사범은 트랜이 유일하다. 2017년 10월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공연장에서 60명을 살해한 스티븐 패덕(당시 64)을 포함해 50세 이상 총기난사범은 전체의 11%가량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희생자들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고 26일까지 미국 내 모든 공공건물 조기 게양과 연방 정부 차원의 지원을 지시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