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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은행 돈가뭄 비상 ‘예금을 지켜라’

LA 한인 김모씨는 최근 한 한인 은행에 갖고 있던 거액의 정기예금(CD)을 만기일 전에 큰 맘 먹고 해지했다. 기준금리 인상 속에 예금 금리도 계속 높아지면서 다른 한인 은행의 CD 상품 이자율이 훨씬 더 높았기 때문이다. 김씨가 돈을 빼려 하자 기존 은행의 지점장이 이자율을 1.5% 더 올려주는 조건으로 재예치를 부탁해왔다. 하지만 3%가 채 안되는 만족스럽지 않은 이자율은 그의 마음을 바꾸지 못했다. 다른 한인 은행에서 출시한 고금리 CD가 거의 4% 가까운 이자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CD 조기 해지에 따른 페널티까지 기꺼이 물면서 타 한인 은행의 고금리 예금으로 갈아탔다.오렌지카운티 거주 한인 주부 박모씨도 최근 예금을 예치한 한인 은행을 바꿨다. 박씨는 “요즘 예금 이자율이 많이 높아졌다는 말에 예치하고 있는 한인 은행에 문의를 하니 같은 은행의 새 상품으로 돈을 이전하면 이자율을 올려주겠다고 했지만 채 2%가 안 됐다”며 “그런데 다른 한인 은행은 4% 가까운의 이자율을 제시하니 높은 쪽으로 옮기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이처럼 최근 한인 은행에서 고금리 상품을 찾아 예금을 빼는 고객들이 급증하면서 한인 은행들이 예금고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금리 인상 속에 한인 은행들도 예금 유치를 위해 이자율을 대폭 높인 CD 등 예금 상품들을 출시하면서 한인 은행들 사이에서 예금 고객 유치전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이다.한인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 뱅크오브호프와 CBB뱅크 등은 기준금리 인상에 이자율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스텝업 CD’를 출시했고 다른 은행들도 CD 상품의 이자율을 대폭 높여 18개월 CD의 경우 이자율이 3.8%에서 4% 가까이 되는 상품들이 나와 있다.한 한인 은행 관계자는 “은행간 예금 유치 경쟁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우 치열해졌다”며 “영업 지점을 중심으로 고객에 맞춰 이자율을 더 올려주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상황이 이렇다보니 한인 고객들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이자율을 주는 한인 은행으로 예금을 옮기려 하고 있고 조기 해지에 따른 페널티까지 물면서 고금리 상품을 찾아나서고 있다.고금리를 찾아 떠나는 고객들 뿐 아니라 유례 없는 인플레 속에 생필품 물가와 렌트비 등이 치솟으면서 현금을 사용하기 위해 한인 은행들에 맡겨놓은 저축 예금을 해지하는 한인들고 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연초 들어 채권과 주식 등 투자 시장이 살아나면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예금에서 돈을 빼 증권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한인들도 늘고 있어 한인 은행들은 예금고 지키기에 더욱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요 한인 은행들의 예대율이 빠르게 치솟아 거의 100%에 육박하면서 향후 신규 대출에 쓸 자금이 부족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정적인 영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예금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26일 뱅크오브호프에 따르면 이 은행의 작년 4분기 예대율이 96.8%를 기록했다. 이는 100%에 육박하는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1.8%)과 비교했을 때 5%포인트나 상승했다. 한미은행의 경우에도 작년 4분기 예대율이 96.7%로 전년(89%) 대비 급증했다. 예대율은 은행의 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커질수록 향후 신규 대출 창출 능력에 제약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