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으로 돌아왔다. 연준은 최근 물가 지표가 하향 추세에 있는 상황을 ‘디스인플레이션 초기 단계’라고 평가했다. 연준은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추가 긴축 필요성도 강조했다.
연준은 1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4.50∼4.75%로 올린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제로’(0) 수준 금리에서 8차례 연속 인상이다. 지난해 3월 이후 첫 베이비스텝이기도 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3개월 물가 지표가 하락한 점을 설명하며 “최근 전개는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은 실제로 초기 단계”라며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인 하향 곡선이라고 확신하려면 훨씬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인플레이션 수준이 여전히 높다며 긴축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임대료 등 서비스 부문에서 긴축 정책 효과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임금상승률이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 실업자 한 사람당 1.9개의 일자리가 있을 정도로 고용시장이 과열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올해 안에는 금리를 낮추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연준도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은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금리의 지속적 증가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그러나 “향후 인상 정도를 결정할 때 통화 정책의 누적 긴축, 통화 정책이 경제 활동 및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 경제 및 금융 발전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지표 수준에 따라 금리 목표 범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준이 지난해 12월 제시한 올해 금리 목표치는 5.0~5.25%다. 파월 의장은 오는 3월 회의까지 들어오는 데이터 상황에 따라 이를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메어 샤리프 인플레이션 인사이트 설립자는 “연준 성명서에는 금리 인상 속도 조절 대신 범위를 언급했다”며 “언제 인상을 멈출지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힌트”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상당한 경기 침체나 실업률의 급격한 증가 없이 2% 인플레이션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경제 연착륙 가능성도 강조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