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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K’입니까…호주 언론 ‘Kwarosa’(과로사) 소개


외국 언론에 ‘Kwarosa’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과로사’의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영어식으로 옮겨 적은 표현이다. 한국 정부가 ‘주 최대 69시간제’를 허용하는 근로시간 유연화 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 특유의 장시간 노동 현실을 잘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된다.

14일 호주 ABC방송은 ‘한국, 주69시간 근무제 제안. 호주나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하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정부는 노동자들이 일주일에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BC방송은 한국 특유의 장시간 근로시간을 언급하면서 “‘Kwarosa(과로사)’라는 말이 있다”고 소개했다. “극심한 노동으로 인한 심부전이나 뇌졸중으로 돌연사하는 것을 일컫는 단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ABC는 “한국인들은 지금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오래 일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인은 1년에 평균 1915시간을 일해 OECD 평균(1716시간)을 크게 넘는다”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영어 교사로 일했다는 크리스틴(26)씨는 ABC와의 인터뷰에서 “두 나라에서 모두 퇴근시간을 넘겨 장시간 일하다 정신 건강이 나빠진 동료들을 봤다”며 “더 이상 할 일이 없는데도 체면을 위해 늦게까지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로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호주의 법정 근무시간은 주38시간에 불과하다. 한국과 달리 연장근무의 상한선은 없지만 근로자들은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초과근무는 거부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법정 근무시간인 주40시간에 연장근무 최대 12시간을 합쳐 주52시간제라고 일컫는다.

ABC는 Kwarosa(과로사)와 함께 일본에서도 과로사와 같은 단어인 카로시(kasroshi)라는 용어가 있고, 중국에서도 장시간 노동을 뜻하는 ‘996’이라는 말이 쓰인다고 전했다. ‘996’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6일 일한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4일 근로시간 유연화 법안에 대해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라”며 보완을 지시했다. 주69시간 노동을 두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비판적인 목소리가 커지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