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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영공 침입 中 스파이풍선…미·중 갈등 또다른 시험대


미국 본토 상공에 들어선 중국의 정찰풍선 문제가 악화한 미·중 관계의 새로운 시험대로 떠올랐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미국 영공을 비행한 중국의 정찰풍선에 대해 용납할 수 없고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하며 중국 방문을 취소했다. 중국은 경로를 이탈한 민간용 풍선이라고 해명했지만, 미국은 민감한 군사 정보를 빼내기 위한 명백한 감시 자산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블링컨 장관은 3일(현지시간) 박진 외교부 장관과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것(정찰풍선)이 중국의 감시 도구라고 확신한다”며 “정찰풍선이 미국 영공에 존재하는 것은 미국의 주권과 국제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또 “미 대륙 위로 정찰풍선을 비행시키기로 한 중국 결정은 용납할 수 없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전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통화하며 유감을 표명하고 중국 방문 일정 연기 사실을 알렸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방중 전날 이런 조치를 한 것은 우리가 준비했던 실질적인 대화에 해가 된다”며 “지금은 건설적 방문을 위한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다만 “나는 왕이에게 미국은 중국과 외교적 관여할 준비가 돼 있으며, 여건이 될 때 베이징에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영공이 침해된 어떤 국가도 우리와 비슷하게 대응했을 것”이라며 “중국이 만약 이런 상황이었으면 그 반응이 어땠을지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중 연기 이외 추가 조치를 묻는 말에는 “우리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중국에 계속 관여할 것”이라며 “첫 번째 단계는 중국의 정찰 자산을 미국 영공에서 나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전날 미국 본토 상공의 고고도 감시 풍선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리들은 군 지도자들이 지난 1일 몬태나 상공에서 격추하는 것을 고려했지만, 잔해로 인한 안전 위험 때문에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의견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그날 저녁부터 중국 측에 이에 대해 항의했다고 한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정찰풍선에 대해 보고를 받았고, 행정부는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이 적절하지 않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미국 측 발표 이후 곧바로 유감을 표명하며 “민간 비행선이 경로를 이탈한 후 미국 영토로 이탈한 것”이라고 밝혔다. 의도한 게 아니라는 해명이다.

그러나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찰 풍선의 정확한 위치는 공개하지 않겠지만, 풍선이 정확히 미국의 중앙부 상공에 있으며 동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영토를 빠져나가기까지 최소 며칠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수로 경로를 이탈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라이더 대변인은 “(민간용이라는) 중국의 성명을 인지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정찰용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풍선은 조정 가능하며, 말 그대로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 정부와 소통했고, 풍선은 경로를 바꿨으며 우리는 이를 모니터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풍선의 기동 능력은 경로를 벗어난 것이라는 중국 주장에 대한 반박”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정찰풍선은 버스 2~3대 크기로, 센서와 기타 장비 등이 장착돼 있다. 6만 피트(약 18km) 상공에서 이동 중이며, 경로에는 몬태나주 등 민감한 군사 시설도 포함됐다. 몬태나주 맘스트롬 공군 기지 등에는 핵미사일 등 대륙간탄도미사일 150기가량의 저장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더 대변인은 “정찰풍선에 원자력 물질이 있을 징후는 탐지되지 않았고, 기구 안에 다량의 정찰 기구가 탑재돼 있다”고 확인했다.

중국이 즉각적인 유감을 표명했고, 블링컨 장관도 중국과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미국 내부에선 중국에 더욱 강도 높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마이클 맥콜 하원 외교위원장은 “풍선은 미국 영공에 절대 허용되지 말았어야 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풍선을 제거하기 위해 신속한 조처를 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 소속 몬태나주 존 테스터 상원의원도 “중국의 행동은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며 이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에 답변을 요구한다”며 관련 청문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방문 취소는 정찰풍선을 놓고 벌어진 외교적 충돌의 정점”이라며 “이 사건은 양국 사이의 정책과 군사적 행동에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풍선이 경로를 벗어났다는 설명은 우스꽝스러운 변명”이라며 “이 사건은 (양국 관계의) 분위기를 악화시켰고, 발리 회담 모멘텀을 소생시킬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박진 외교부 장관은 “블링컨 장관은 내게 중국의 풍선 사건에 대해 매우 자세한 설명을 했다”며 “나는 블링컨 장관이 방중을 연기한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 일어난 일에 대해 신속하고 매우 진지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다만 “미·중 관계는 국제관계에서 중요하다”며 “어느 시점에 베이징과 소통하기 위해 블링컨 장관이 방중할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