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주 4일 근무’의 6개월 실험이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참여 기업 61개 가운데 92%에 해당하는 56개가 실험을 마친 뒤 주 4일제를 유지했고, 그중 18개는 영구 채택을 결정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뉴질랜드 비영리 단체 ‘포데이위크글로벌’ 주도로 진행된 주 4일 근무 실험 결과를 소개하면서 “참여 기업 대부분이 새로운 근무 방식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경제 전반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증거로 환영을 받았다”며 “영국 내 모든 노동자가 주당 32시간씩 근무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 요구하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실험 결과가 의회에 제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험은 지난해 6월부터 6개월간 사우스요크셔주 셰필드 소재 로봇 공학 기업 리블린 로보틱스, 켄트주 톤브리지 지역은행인 채러티뱅크, 배달 업체 마크다운스, 런던 소재 영국 왕립생물학회 등 영국 내 61개 기업에서 29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싱크탱크와 학계도 참여했다.
참여 기업들은 근무일을 주당 5일에서 하루를 줄이고도 급여를 삭감하지 않았고, 워크숍과 멘토링을 시행했다. 실험 전후 참여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9%는 스트레스를 줄였고, 40%는 숙면을 취했다. 응답자의 54%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데 수월했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병가 일수는 약 66%, 이직률은 57%가량 감소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비용과 인력 유출을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참여 기업 중 일부는 주간 근무 일수를 줄이는 대신 하루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리블린 로보틱스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말을 사흘로 늘리고, 주중 일간 노동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로 늘렸다. 왕립생물학회는 직원 38명에게 월요일과 금요일 중 하루를 쉴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고, 하루 노동시간을 7시간에서 8시간으로 연장했다.
그 결과 참여 기업들은 직원들로부터 긍정적인 분위기를 끌어내 생산성을 높였다고 입을 모았다. 채러티뱅크 최고경영자(CEO) 에드 시겔은 이 실험에 대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획기적 방법”이라며 “직원 가운데 3분의 2가 환상적인 성과를 냈다. 직원들은 직장을 훌륭한 곳으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신규 직원 채용에 수월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포데이위크글로벌’ 캠페인 책임자인 조 라일은 실험 결과에 대해 “획기적인 변화의 순간”이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직원 복지가 극적으로 향상됐고, 거의 모든 사례에서 근무일을 줄이고도 사업 생산성이 유지되거나 개선됐다. 주 4일 근무를 더 많은 분야에서 시행할 때가 확실하게 도래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 4일 근무의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리블린 로보틱스는 제품 출시를 위한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품이 제때 도착하지 않아 개최 시점을 미뤄야 했다. 이 기업은 “그 공백을 채울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휴일로 지정한 금요일에도 고객이나 다른 기업에서 연락을 받을 때 업무의 긴장감이 높아졌다는 의견도 일부 기업에서 나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