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해빙이 위성 관측 사상 역대 최소 면적으로 쪼그라들었다.
미국 뉴스채널 CNN은 21일(현지시간) 자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NSIDC) 자료를 인용해 “북극보다 온난화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졌던 남극마저 기후변화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NSIDC는 남극 대륙을 둘러싼 해빙 면적이 13일 기준 191만㎢로 1978년 시작된 위성 관측 사상 최소 면적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했다. 종전 최소 면적은 지난해 2월 25일 기록된 192만㎢다. 2년 연속으로 최소 기록이 경신된 셈이다.
남극의 여름이 일주일가량 더 남아 있어 면적은 더 줄어들 수 있다. 볼더 콜로라도대학의 빙하학자 테드 스캠보스 교수는 “단순한 최저기록이 아니다”라며 “해빙 면적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추세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미, 유럽, 러시아, 그린란드에 둘러싸인 북극과 다르게 남반구에서 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의 육상과 멀리 떨어진 남극은 그동안 대륙의 기후변화의 영향권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곳으로 평가됐다.
북극에서는 기후변화 추세에 따라 해빙 면적이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가 분명했지만, 남극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마다 해빙 면적이 들쑥날쑥한 경향을 나타냈다.
하지만 2016년부터 해빙 면적이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부 전문가들도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 예상했다. 2022년에 이어 2023년까지 2년 연속 해빙 면적이 최저치를 새로 쓰면서 이런 분석은 힘을 잃었다고 CNN은 전했다.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에서 해빙을 연구하는 크리스찬 하스는 CNN에 “문제는 기후변화가 남극에 이르렀느냐는 것이다. 이것이 파국의 시작인지, 다가오는 여름에는 남극의 해빙이 아예 사라져 버릴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남극 해빙 감소에는 바람이나 해류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남극 일부 지역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섭씨 1.5도 높아진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약해진 서풍 제트기류 탓에 저위도 지역의 따뜻한 공기가 남극에 유입됐다는 얘기다.
해수면 바로 아래에 갇힌 온난성 해류가 해빙을 녹였다는 분석도 있다. 온난성 해류로 인해 육지를 둘러싼 해빙이 녹으면, 대륙의 빙상(육지를 넓게 덮은 얼음덩어리)이 파도나 따뜻한 해류에 노출돼 녹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변화에 따라 생태계 피해도 예상된다. 생태계 밑바탕을 책임지는 해조류 등이 해수 온도 등 해양 환경 변화에 타격을 받으면 먹이사슬을 거쳐 고래, 바다사자, 펭귄 등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CNN은 “남극의 해빙 면적에 변동 폭이 컸다는 점에서 최근 2년 연속 기록된 추세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는지, 아니면 다시 해빙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지 결론짓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스캠보스 교수는 “적어도 5년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남극에서 뭔가 변했고, 그 변화가 극적인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김은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