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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개월…동력 잃어가는 이란 반정부 시위대


반정부 시위로 한때 궁지에 몰렸던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최근 공적 활동을 늘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위 발생 5개월이 넘어가고 있지만 이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미미하자 반정부 시위대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메네이는 이란 혁명 44주년을 6일 앞둔 지난 5일 수감자 수만명을 사면했다. 반정부 시위로 잡혔던 이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일에는 9살이 된 무슬림 소녀들의 히잡 착용을 축하하는 ‘타클리프 행사’에 참여했다. 하메네이는 그 자리에서 “여러분의 종교적 의무는 성인 여성이나 노인의 의무와 다를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외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건 정권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이란 반정부 시위는 지난해 9월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체포돼 3일 만에 사망하면서 발생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아미니가 위반했다고 여겨지는 이슬람 율법에 가장 책임 있는 사람으로 지목돼 시위대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독재자에게 죽음을”을 외치며 국가 전복을 꿈꾸던 시위대의 동력은 이란 보안군의 무자비한 진압과 당국의 정치적 탄압으로 크게 떨어진 상태다. FT는 “시위대의 분노는 시위에 참여한 4명이 사형을 당하면서 좌절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시위의 구심점이 없다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이번 정국에서 하메네이에 맞선 야당 인물은 없었으며 현 체제를 개선할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도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개혁파 전문가는 “이 정도 대규모의 반정부 시위에서도 믿을 만한 대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이슬람 공화국은 운이 좋다”고 FT에 말했다.

무슬림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란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는 지난 10일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열린 ‘이란 민주주의 운동의 미래’ 포럼에서 “우리가 연합하지 않아 정권이 44년 동안 살아남은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란 강경파들은 시위 이후 하메네이의 권력이 더욱 강해졌다고 주장한다. 강경파 국회의원 하미드 레자 타라기는 “백만명이 거리에서 시위해도 그들은 여전히 소수”라고 말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는 사그라들었지만 여전히 이란 내에서는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이란 인권 변호사 나스린 소투데는 지난 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이 더 이상 분노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정권 교체를 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이후 이란에선 반정부 시위대 약 2만명이 체포된 것으로 추정되며 530명이 사망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