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선정을 둘러싸고 추측만 무성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새 공장 건설과 관련해 멕시코와 테슬라 측이 합의에 근접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 공장은 테슬라 전기차·배터리 생산시설인 ‘기가팩토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윤석열 대통령 역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에게 공장 유치와 관련해 국내 투자를 요청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27일(현지시간) 복수의 멕시코 당국자를 인용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머스크 CEO가 25일 35분간 통화한 데 이어 이날에도 40분가량 통화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가 멕시코로 올 것” “합의에 90% 정도 근접했다” “통화는 정말 잘 진행됐다”고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테슬라와 멕시코 대통령실 모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양측이 곧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4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입지 0순위’로 꼽히는 미국 접경 지역 누에보레온주에 대해 “물이 부족한 북부 지역에는 (건립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멕시코의 ‘산업수도’로 불리는 누에보레온에는 미국과의 지리적 이점을 겨냥해 다수의 다국적 기업이 진출해있고, 머스크 역시 지난해 직접 현장을 둘러보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 지역에 최근 극심한 가뭄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지난해 여름 주요 댐 저수율이 10% 안팎으로 떨어지며 상당 기간 단수 조처를 하기도 했다.
멕시코 정부는 누에보레온 대신 수도 멕시코시티와 인접한 이달고주를 제안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개발 지역인 이곳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역점사업인 펠리페 앙헬레스 신공항과도 가깝다. 멕시코 대통령실의 헤수스 라미레스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테슬라가 누에보레온이 아닌 수도 멕시코시티의 신공항 부근에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테슬라는 다섯 번째 신규 기가팩토리 입지 선정을 두고 각국 정부와 접촉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물밑에서 열심히 유치 경쟁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사실상 멕시코 또는 인도네시아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머스크 CEO와 직접 통화하면서 제2의 아시아 기가팩토리 건설과 관련해 한국 투자를 요청한 바 있다. 머스크는 “한국은 최우선 투자 후보지 중 하나”라고 답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기가팩토리는 테슬라의 ‘초대형 생산기지’라는 의미로 10억을 뜻하는 ‘기가’를 따왔다. 미국에선 뉴욕과 텍사스 공장이 가동 중이며, 해외에는 중국 상하이와 독일 베를린에 들어서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