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터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월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서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제 그만 브레이크를 밟으라”고 말했다. 같은달 초 집권하자마자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대한 유태인 정착촌 확대 정책을 밀어붙였던 네타냐후에 대한 경고였던 셈이다.
하지만 네타냐후는 멈추기는커녕 되레 유태인 정착촌 확대를 더 세게 밀어붙였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격렬한 반발에 휩싸였고, 곳곳에서 테러와 무력충돌 사태가 이어졌다.
지난달 하순에는 이스라엘군이 강경 무장투쟁 세력인 하마스가 사실상 지배하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강경 무장세력 하마스의 조직원 아지트를 기습하는 사건이 불거지면서 이스라엘 대 팔레스타인의 충돌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이런 와중에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국민들로부터도 엄청난 비토를 받게 됐다. 지난해 자신의 12년 집권을 좌초시긴 부패 혐의에 대한 검찰 기소와 재판을 멈추게 하기 위해 의회에 상정한 ‘대법원 무력화’법안 때문이었다. 야당과 시민단체 노동조합연맹이 중심이 된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진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가 재집권 두달만에 연립정부가 깨질 수도 있는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유태교 근본주의정당, 극우 강경파, 정착촌확대론자 등이 연합해 출범한 현 정부 내에서 여러 정책을 놓고 대립이 극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국제적 합의와 미국의 압박 등을 고려해 유태인 정착촌 확대 정책에서 발을 빼려 하는데, 정착촌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우 강경파와 유태교 근본주의정당은 이에 반대하는 양상이다.
며칠전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가 “서안지구에서의 정착촌 확대는 일단 유보한다”고 발표하자, 네타냐후 내각 일부 인사가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반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야기된 사건이다.
신문은 “지난 두달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계속된 이스라엘 사회 전반의 혼란에 대한 이스라엘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 상태”라며 “현 정부로선 이런 상황을 방치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네타냐후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화정책을 내놓으려 하고 있지만, 내각 내 강경파들이 이를 비토하는 모양새”라며 “현재로선 그에게 돌파구가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