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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받은 지구… 유럽 곳곳에서 ‘불이야~’


비교적 선선한 여름을 맞은 한국에 비해 서방은 기록적인 폭염을 맞았다. 유럽과 미국은 지금 불타오르고 있는 듯한 여름이 갑작스레 찾아왔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은 폭염으로 2000명에 달하는 사람이 사망했다. 산불 화재도 피해를 키우고 있다. 프랑스도 폭염과 산불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22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20일 동부 코닝스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40.3도로 사상 최고기온을 갈아치웠다. 앞서 영국의 최고기온 기록은 2019년 38.7도였다. 프랑스는 마르세유·몽펠리에 등 동남부 일부 지역에서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올랐다.


폭염과 산불이라는 불청객이 한꺼번에 찾아온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힘든 싸움에 접어들었다. 열흘간 지속된 된더위로 누적 사망자는 20일 기준 1925명을 기록했다. 스페인 폭염 관련 사망자를 매일 집계하는 카를로스3세 연구소는 지난 10일부터 18일 동안 누적 사망자가 862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산불로 인해 7만㏊에 달하는 산림이 재가 됐다. 30개의 크고 작은 마을로 산불이 퍼졌다. 스페인 소방 당국에 따르면 중부 카스티야이레온, 에스트레마두라의 불길은 대부분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북부 갈리시아 지방에 퍼진 산불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그리스 아테네와 이탈리아 로마 인근에서도 강한 바람과 자연발화로 크고 작은 산불이 일어나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포르투갈은 최고기온이 47도를 기록했다. 포르투갈 보건 당국은 지난 7일부터 11일간 온열질환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가 1063명이라고 밝혔다.

이베리아반도에서 약간 떨어진 독일도 들이닥친 폭염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독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0일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바트메르켄트하임 노이키르헨에서 40.3도의 불볕더위가 찾아왔다. 이는 2003년 프라이부르크의 40.2도를 넘어선 역대 최고기온이다.


dpa통신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바덴바덴에서 폭염으로 전봇대에 걸린 전선 케이블의 외부 피복이 벗겨져 정전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서남부 와인 생산지 인근에서 산불 진화작업을 벌였다. 프랑스 소방 당국은 보르도 인근 지롱드주에서 산불을 잡고 있으며, 산불 저지선을 구축하고 미클로와 테스트드뷔시까지 번진 산불로 진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번 산불로 프랑스는 파리 면적의 배에 달하는 2만9000㏊가 불에 탔다. 프랑스24는 산불로 발생한 이재민이 약 4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했다.

전쟁으로 황폐화된 우크라이나에도 폭염이 찾아왔다. 우크라이나 27개 지역 중 15개 지역은 폭염으로 화재 황색경보가 내려졌다. 주의보가 내려진 지역은 오데사, 미콜라이우, 헤르손, 자포리자 등으로 격전이 벌어진 곳이다. 우크라이나 기상청은 25일까지 남부와 서부 지역, 빈니챠, 지토미르 지역이 극심한 화재 위험 수준에 놓일 것으로 예보했다.


미국도 폭염을 피하지 못했다. 유럽과 맞먹는 폭염이 찾아와 40일 연속 기온이 40도 이상 지속되는 곳도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같은 폭염은 중·동·남부로 확산 중이다. 미국 기상청은 캘리포니아, 오클라호마, 텍사스, 아칸소, 루이지애나, 뉴욕 등 28개 주에 걸쳐 폭염 주의보와 경보를 발령했다.

특히 40일 연속 40도 이상의 폭염이 찾아온 오클라호마는 20일 43도로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캘리포니아부터 뉴잉글랜드까지 중부지방에서 약 1억명이 넘는 미국인이 불볕더위를 경험하게 됐다고 NYT는 전했다. 아시아에도 폭염이 찾아왔다. 중국은 중·남부 지역에 낮 기온이 최고 40도를 넘어가고 있다. 인도 수도 델리는 지난달 최고기온 38도에 체감기온 56도를 기록했다.

펄펄 끓고 있는 북반구와 달리 남반구에 있는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때아닌 폭설이 찾아왔다. 아르헨티나 현지 매체 디탈리제로에 따르면 23일 아르헨티나 서부 네우켄주 인근 안데스산맥 일대에서 최소 22㎝에서 1m가량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졌다.

폭염의 이유로 3가지 원인이 있다고 영국 기상청의 스티븐 벨처 수석과학자와 폴 데이비스 기상학자는 분석했다. 그는 첫 번째로 북반구에 있는 5개의 고기압에 파동 패턴이 있는 것으로 봤다. 서태평양, 북아메리카 대륙, 유럽 대륙, 아시아 대륙, 북태평양 등 북반구에 있는 5개 고기압을 폭염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유럽·미국·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 폭염이 온 이유가 이들 고기압 전선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온실가스 증가로 기후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대기 중 온실가스가 축적돼 오존층이 파괴돼 고기압 형성 요건을 강화하고 폭염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가뭄이다. 메마른 땅이 강한 태양열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복사열을 뿜어내 다시 대기를 뜨겁게 만드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산하 공동연구센터가 발간한 유럽 가뭄 보고서에 따르면 EU 영토의 46%가 가뭄 주의, 11%가 가뭄 경보 수준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