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연설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우리에게 전방위적인 억제, 봉쇄, 탄압을 가해 국가 발전에 전례 없는 가혹한 도전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공개석상에서 미국을 직접 비난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개최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제14기 1차 회의에 참석해 “(2017년) 19차 당 대회 이후 5년은 매우 이례적이고 평범하지 않은 5년이었다”며 “외부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불확실한 요인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전방위적 억제와 봉쇄, 탄압 때문에 중국이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은 코로나19의 반복적인 확산과 경기 하방 압력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안정 속 발전 기조를 견지해 빈곤 퇴치, 소강사회 건설 등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이날 정협 회의에는 중국 정당 중 하나인 중국민주건국회와 공상연합회 회원들이 참석했다.
시 주석은 그간 공개 연설에서 ‘특정 국가’ ‘외부 세력’이라는 표현으로 미국에 대한 직접 비판을 자제해왔다. 지난해 10월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을 확정한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연설에서도 미국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랬던 시 주석이 올해 양회 무대에서 이런 관례를 깬 것이다. 이를 두고 중국 경기 침체의 원인을 3년간 계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아닌 외부 요인에 돌리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례적인 일탈”이라고 평가했다.
신화통신 영문판에는 이 대목이 빠진 채 보도됐다. 영문판은 “시 주석은 국내외 환경이 모두 심각하고 복잡한 변화에 직면함에 따라 침착함과 결의를 견지하고 하나로 단결해 싸울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