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첼리스트의 계좌를 통해 거액의 돈세탁이 이뤄졌다는 정황을 포착해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위스 검찰은 최근 러시아의 첼리스트이자 사업가 세르게이 롤두긴의 자금 세탁을 도운 혐의로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은행의 스위스 지사에 근무했던 전직 임원 4명을 기소했다. 3명은 러시아인이고 1명은 스위스인이다.
롤두긴은 2014년~2016년에 사이 자신의 스위스 은행 계좌에 출처가 불분명한 5000만달러(약 658억5000만원)의 자금을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롤두긴은 푸틴 대통령의 해외 자산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지목된 인물로, 미국 정부의 개인 제재 명단에 오른 바 있다.
스위스 검찰은 롤두긴이 해당 기간 동안 별다른 수익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 거액의 수상한 자금이 오갔고, 은행이 이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것을 의심하고 있다.
현지법상 은행은 계좌 소유자나 자금 출처에 의심이 있을 경우 거래를 정지하거나 계좌를 폐쇄해야 한다.
검찰은 이날 취리히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이 은행가들은 롤두긴이 수상한 자금의 실소유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의혹 제기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롤두긴이 계좌를 개설한 2014년 당시에는 롤두긴이 푸틴의 절친한 친구이자 푸틴 딸의 대부라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한 공소장에서 “푸틴은 공식적으로 수입이 10만 스위스프랑(약 1억4000만원)에 불과하고 부유하지도 않지만, 실제로는 지인들이 막대한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재판에 넘겨진 은행 관계자 4명은 금융 거래와 관련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실소유주에 대한 의구심 여부만 놓고 이들을 처벌하기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롤두긴은 푸틴의 친구이기 때문에 재산이 많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롤두긴에 대해 “러시아 기업의 소수 지분을 통해 정직하게 돈을 모은 훌륭한 음악가이자 후원자”라고 말했다.
이어 “롤두긴의 자금이 러시아 지도자와 연결돼있다고 연결 짓는 것은 반(反)러시아적인 ‘푸틴포비아’일 뿐”이라며 푸틴 대통령과의 연관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