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이 유력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줄어들지 주목된다. 연준은 오는 21~22일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SVB 파산 이후 은행업계 불안정성이 증폭될 경우 이는 연준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FOMC에서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SVB를 비롯한 은행 자산의 건전성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준은 지난해 제로(0)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4.75%까지 급격히 올렸다. 은행들은 금리 인상 속도에 맞춰 기존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 데다 고객에 내줄 현금을 마련하려면 금리 인상으로 가치가 급락한 채권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SVB는 금리 인상으로 타격이 큰 IT 기업에 대한 대출이 많아 부실자산 규모가 더 커졌다. 이 때문에 연준이 오는 FOMC에서 금리를 크게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계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고객에 보낸 서한에서 “FOMC가 0.5% 포인트 인상을 꺼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그레그 베커 SVB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파산 11일 전인 지난달 27일 모회사인 SVB파이낸셜 주식을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10일 SVB 공시자료를 인용해 그가 SVB파이낸셜의 주식 1만2451주(약 360만 달러·47억6000만원)를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SVB가 파산 직전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한 것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에 다르면 SVB는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의 폐쇄 결정이 내려지기 불과 몇시간 연간 보너스를 지급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이 회사의 보너스가 사원부터 임원까지 1만2000~14만 달러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