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알래스카주(州) 북서부의 대형 유전 개발 사업을 승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50년 ‘탈 탄소’ 달성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내세웠던 바이든 대통령이 에너지 가격 급등이라는 변수를 맞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복수의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유전 탐사기업 코노코필립스의 알래스카 개발 사업을 승인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사업 승인 계획은 이르면 이번 주에 발표된다.
코노코필립스는 ‘윌로 프로젝트’(Willow Project)라는 이름으로 알래스카 국립석유보호구역(NPR)에서 유전 개발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사업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승인이 됐으나 2021년 정부의 환경영향 검토가 불충분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오며 좌초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7월 미 내무부는 새로운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했고, 이는 유전개발 사업을 지지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이어 규모를 축소하는 조건으로 다시 승인이 이뤄지면서 사업은 본격적인 재개 절차를 밟게 됐다. 코노코필립스는 처음엔 원유 시추 부지로 5곳을 제시했으나 재정적으로 사업 진행이 가능한 최소 규모인 3곳으로 축소해 진행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약을 철회하면서까지 사업을 승인한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0억 달러(약 10조5000억원) 규모의 이 사업이 계획대로 실현되면 미국은 향후 30년 동안 6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채취할 수 있다.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 중 약 1.6%인 18만 배럴이 이곳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환경 단체를 중심으로 지구온난화에 치명적인 탄소가 대량 방출돼 이상기후를 초래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사업을 통해 확보한 석유를 태우면 탄소 약 2억8000만t이 대기 중으로 배출될 것으로 추산된다. 매년 920만mt(미터톤)의 탄소가 배출되는 셈이다. 자동차 약 200만대를 도로에 추가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반면 석유 단체와 원전기업 노동조합, 알래스카주 노스슬로프 지역 주민들은 에너지 안보 위기를 타개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환영하고 있다. 미국석유협회(API)의 프랭크 마키아롤라 수석 부사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 토지와 해역 개발을 통해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