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이어졌다. SVB 파산 이후 이틀간 전 세계 금융주 시가총액의 4650억 달러(약 609조원)가 증발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미국 증시는 정부의 ‘예금 전액보호’ 긴급조치로 ‘블랙먼데이’를 피했지만 폭락한 은행주가 속출했고 공포지수가 치솟았다.
13일(현지시간) 미 주식시장에서 은행주를 모아놓은 KBW 나스닥 은행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66% 하락했다. 지방은행주들을 모아 추종하는 ‘The SPDR S&P 지역은행 ETF’도 12.31% 하락했다.
특히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이날 주가가 61.83% 내려앉았다. 웨스턴얼라이언스(-47.06%) 코메리카(-27.67%) 자이언스뱅코프(-25.72%%) 팩웨스트뱅코프(-21.05%) 찰스슈왑(-11.57%) 등 다른 중형 은행 주가도 폭락세를 보였다. 중형 은행주들의 불안감은 씨티그룹(-7.47%) 웰스파고(-7.13%) 뱅크오브아메리카(-5.85%) JP모건체이스(-1.84%) 등 대형주로까지 번졌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7.62%로 치솟았다.
아시아 증시에서도 금융주 대부분이 급락했다. MSCI 아시아태평양 금융지수는 2.7%까지 하락하며 지난해 11월 29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시장으로 몰리면서 2년물 미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6% 포인트 급락하며 4% 밑으로 내려앉았다. 2년물 금리가 장중 0.5% 포인트 이상 하락한 건 1987년 이후 처음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예금은 안전하다”는 연설과 미 연방정부의 긴급조치에도 혼란이 계속된 건 이번 사태가 시스템 위기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불안이 가라앉지 않은 탓이다. 세일라 베어 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은 “지금의 문제는 은행의 지급 능력이 아니라 (시장의) 두려움”이라고 말했다.
CNN은 재무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중소 규모 대출기관의 예금 인출이 둔화했다는 징후가 목격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4일 개장 전 거래에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웨스턴 얼라이언스 등은 50% 이상 상승하며 전날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다른 은행 주가도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금융시장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결정 가능성도 남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더 높은 금리는 은행 부문 문제의 근본 원인이어서 지속적인 인상은 더 많은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어 전 의장은 “연준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며 “금리를 더 인상하기 전에 지금까지 조치가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평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SVB 주주들은 SVB 파이낸셜그룹 최고경영자(CEO)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