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호주가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 정상회담을 열고 호주에 최대 5척의 핵 추진 잠수함 판매를 합의했다. 애초 계획보다 인도 시기를 앞당겨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의 위협에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정상회담 뒤 “미국은 2030년대 초까지 호주에 버지니아급 잠수함(핵추진) 3척을 판매할 계획이며, 필요하면 최대 2척을 추가 판매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많은 사람의 예상보다 10년은 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대응을 위해 2021년 결성된 오커스의 정상 셋이 대면으로 만난 건 처음이다.
미국과 영국, 호주는 3국 기술을 통합한 차세대 설계를 기반으로 한 핵추진 잠수함을 호주에 인도하고, 이를 위해 10년 이내 건조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성명은 “핵추진 잠수함을 이른 시일 내에 인도하기 위해 올해부터 호주군 및 민간 인력이 미 해군, 영국 해군, 미국 및 영국 잠수함 산업 기지에 편입돼 훈련을 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르면 2027년부터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을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호주에 핵잠수함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 잠수함을 SSN-AUKUS라 부른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정세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오커스의 최우선 목표는 인도·태평양의 안정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의 핵 추진 참수함 구매는 오커스 결성 이후 첫 번째 합의다. 이 과정에 앞서 프랑스와 호주 사이에서 추진되던 잠수함 계약이 무산되며, 프랑스의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공동성명에 포함된 ‘최적의 길’에 따르면 핵잠수함은 호주 애들레이드의 해군 조선소에서 건조될 예정이며 관련 예산은 2680억 호주달러에서 3680억 호주달러(약 32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관련 새 일자리도 2만개 창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목적과 취지에 위배된다”면서 “결연한 반대”를 표명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도 “(핵)비확산 원칙에 우려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번 사안이 핵확산 방지에 저촉되지 않도록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