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ICC)가 1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ICC 전심재판부(Pre-Trial Chamber)는 이날 오후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지난 22일 검찰 청구를 토대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볼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러한 범죄가 최소 침공 당일인 지난해 2월 24일부터 시작됐다며 “해당 행위를 저지른 민간 및 군 하급자들에 대한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날 푸틴 대통령 외에도 마리야 리보바-벨로바 러시아 대통령실 아동 인권 담당 위원에 대해서도 동일한 혐의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ICC가 공식적으로 러시아 최고위급 인사를 피의자로 특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 통신은 국가원수급으로는 수단의 오마르 알 바시르 전 대통령,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 이어 세 번째 ICC 체포영장 발부 사례라고 설명했다.
수사를 총괄하는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우리가 확인한 사건에는 최소 수백명의 우크라이나 아동이 고아원과 아동보호시설에서 납치돼 (러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사실이 포함된다”며 “아동 다수가 이후 러시아에 입양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어 “아동들에 대한 러시아 시민권 부여가 신속히 이뤄져 러시아 가정에 수월하게 입양될 수 있도록 푸틴의 대통령령을 통한 법 개정도 이뤄졌다”며 “아이들이 전쟁의 전리품처럼 취급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하더라도 푸틴 대통령의 신병 확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ICC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당사국은 ICC 규정과 자국 국내법상의 절차에 따라 체포 및 인도청구를 이행해야 한다. 반면 러시아는 2016년 ICC를 탈퇴해 현재 회원국이 아닌 만큼 협조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CNN은 ICC가 피고인이 참석하지 않은 결석 재판은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에 대한 재판 개시 시점도 불투명하다고 추측했다.
다만 ICC가 체포영장 발부를 시작으로 푸틴 대통령을 전쟁범죄자로 기소한다면 국제사회에서 갖는 상징적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CC 회원국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혐의자면 외국 정부 수반일지라도 체포해서 ICC에 넘겨야 하므로 푸틴 대통령이 해외 방문을 자제하는 등 외교적 고립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노혜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