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투자자 워런 버핏이 최근 미국의 은행 시스템 위기가 불거진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핏은 과거 금융위기 때 막대한 재력을 바탕으로 대형 은행을 도운 적이 있다.
블룸버그는 18일(현지시간) “버핏이 지역 은행 위기가 전개되는 동안 바이든 행정부와 접촉했다”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버핏이 은행 위기에 대해 행정부 고위 관리들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버핏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그는 과거 막대한 재력을 활용해 위기에 처한 은행을 돕고 기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개입해 온 전례가 있다”고 언급했다.
버핏은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월가가 휘청거리며 자금난에 시달릴 때 골드만삭스에 50억 달러 유동성을 공급했다. 당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자금줄이 끊긴 골드만삭스는 10% 배당금을 보장하는 우선주를 넘겼다. 버핏은 5년 뒤 주당 115달러에 신주 50억 달러어치를 구매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도 보장받았다.
버핏은 2011년 뱅크오브아메리카에도 같은 금액을 투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여파로 각종 법적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고, 버핏은 50억 달러를 우선주에 투자해 보통주 7억 주를 주당 7.14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 버핏은 이를 통해 뱅크오브아메리카 최대주주로 등극할 수 있었다.
블룸버그는 “정치적 역풍을 경계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준비제도의 행동 등 납세자의 직접적인 지출이 필요하지 않은 백스톱(안전장치)을 조율하기 위해 움직였다”며 버핏의 투자나 개입은 직접적인 구제금융 없이 위기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 규제 당국은 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 이후 유동성 지급 대신 보증 대상이 아닌 예금까지 연방정부가 보호하는 내용의 조처를 했다.
지난 16일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 JP모건 체이스, 웰스파고 등 미국 대형 은행 11곳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300억 달러를 예치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고, 규제 당국은 가장 환영하는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미국 투자전문지 ‘인베스터 비즈니스 데일리’은 버핏이 최근 금융주 폭락 사태로 약 126억 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버핏은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만 43억 달러 손실을 봤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