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가 출산율 감소로 인한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 북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출산율이 소폭 상승하는 ‘코로나 베이비 붐’이 나타났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인한 가계 경제 안정, 재택이 가능한 유연한 직장 등이 출산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같은 일시적인 출산율 증가가 전 세계적인 저출산 추세를 거스르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며, 지속적인 정책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봉쇄 조치가 시작된 2020년 이후 대략 9개월~1년 동안 ‘코로나 베이비 붐’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 국립보건통계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해 동안 미국에서 366만명이 태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361만명)보다 5만명가량 증가한 것으로, 미국에서 신생아가 늘어난 것은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WP는 코로나19 기간 미국 정부가 실업수당 확대, 아동 세액 공제 확대 및 경기 부양을 위한 양적 완화 등을 통해 가정 경제가 코로나19 이전보다 안정된 것이 출산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출생률이 다소 감소했는데,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으로 이민하는 인구가 일시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WP는 보도했다.
WP는 특히 학력 등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출산율 격차가 컸다는 점에 주목해 직장의 근무형태도 출산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경제학자인 마사 베일리, 자넷 커리, 한네스 슈반트가 공동
이 같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출산율이 상승한 것은 미국뿐 만이 아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21년 후반 들어 북유럽, 호주, 이스라엘 등에서도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출생이 증가했다. 잉글랜드, 웨일스에서는 2021년 상반기 출생아 수가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5% 감소했으나, 2021년 하반기에는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됐다. 스페인에서는 2021년 3~4월 출생아 수가 2020년 전월 대비 증가했다. 독일의 2021년 3월 출생아 수는 지난 20년 동안 모든 3월 출생아 수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이들 국가에서 출산율이 상승한 것도 경기 부양책으로 각 가정에 경제적 여유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캐롤라인 슈미드 UN 경제사회국(DESA) 고령화국장은
다만 이러한 현상은 출산율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일 뿐 이미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 감소세를 거스를 정도는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전 세계 출산율은 1960년에 5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인구통계학자들은 수세기에 걸친 급격한 인구 증가 이후 세계는 자연 인구 감소 직전에 있다고 본다고 FT는 전했다. 2020년 영국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64년 97억명으로 정점에 도달한 뒤 2100년까지 88억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출생아 수가 소폭 늘었다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수준에 그친다. WP에 따르면 설문조사 결과 미국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이상적인 자녀 수를 2.3명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최근 일시적인 베이비 붐을 고려하더라도 미국 여성이 평생 동안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는 1.66명 가량에 불과하다.
WP는 “우리가 일시적으로 출산율 상승세를 보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면서 “가족이 원하는 수의 자녀를 가질 수 있고 노동인구가 필요한 만큼 확보될 수 있도록 출산율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