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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온두라스, 대만과 단교하고 中과 수교… 美는 ‘부글’


중미의 최빈국인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이로써 미국의 앞마당으로 불리는 중남미 지역 33개국 중 대만 수교국은 과테말라, 벨리즈 등 7개 나라만 남았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과 인프라 투자를 앞세워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동시에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무장관은 26일 베이징에서 회담을 하고 ‘중국과 온두라스의 외교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측은 이날부터 대사급 외교 관계를 맺고 상호 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 내정 불간섭, 평등 호혜 등의 원칙에 기초해 우호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했다. 온두라스는 “세계에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고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이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중남미를 포함해 전 세계 대만 수교국은 13개로 줄었다.

온두라스 외무부도 성명을 내 “오늘 자로 대만에 외교 관계 단절을 통보했다”며 “더이상 공식적인 관계나 접촉이 없을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자원 부국인 남미 국가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했지만 인구가 적고 자원도 빈약한 중미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미·중 경쟁이 격화하면서 중미 국가에도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태평양과 카리브해 사이에 위치한 중미 국가들의 최대 숙원은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인데 중국이 그 필요를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AP통신은 미국평화연구소(USIP) 자료를 인용해 2005~2020년 중국이 라틴아메리카에 투자한 금액이 1300억 달러(170조원)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온두라스의 수교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중미 순방을 앞두고 이뤄졌다. 차이 총통은 오는 29일부터 9박 10일 일정으로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한다. 미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해 정부 고위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대만은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온두라스가 대규모 자금을 요구했다”며 “그들이 원한 것은 돈”이라고 말했다. 그는 온두라스가 대만에 병원과 댐 건설, 부채 상환 등에 필요한 24억5000만 달러(3조1800억원)의 원조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공개했다. 또 “온두라스의 단교 발표와 차이 총통의 중미 방문이 서로 관련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앞마당에서 중국의 외교적 승리를 눈 뜨고 지켜본 미국은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미국은 지난 16일 온두라스에 고위급 특사를 보냈고 25일에도 대만 주재 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를 통해 “(중국의) 약속들이 궁극적으로는 이행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양국 수교를 막지 못했다.

한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중국 방문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룰라 대통령이 인플루엔자A로 인한 세균성 및 바이러스성 폐렴 진단을 받았다”며 “의료진은 바이러스 전파 주기가 끝날 때까지 중국 방문 일정을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