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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위원 “은행 시스템 위기로 경기침체 가까워졌다”


은행 시스템 위기로 미국의 경기침체가 가까워졌다는 경고가 나왔다. 금융 불안 확산과 경기둔화 가능성 고조로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 경색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CRE) 위축이 금융시장 위기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연준 매파로 꼽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6일(현지시간) CBS 방송 인터뷰에서 “(최근 은행권 위기로) 확실히 경기침체에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불분명한 것은 이러한 은행 스트레스가 얼마나 광범위한 신용 경색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여부”라며 “신용 위기는 경제를 둔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국채 장기물에 노출된 은행들에 듀레이션(잔존기간) 리스크가 있다는 것과 은행 부문의 많은 상업용 부동산 자산에서 일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모든 스트레스가 지나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은행 시스템 내부에 SVB 파산의 도화선이 됐던 미실현 손실 위험과 연준의 긴축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 위기 가능성이 계속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카시카리 총재는 “은행시스템은 이러한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자본을 갖고 있다”면서도 “지금 당장은 은행 스트레스가 경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고, 우리가 매우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모기지 부채 시장은 8조 달러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향후 3년 동안 만기가 돌아오는 상업용 부동산 부채는 1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공실률이 높아진 데다, 대출 금리도 상승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은행 시스템 불안이 확산하면서 신용 경색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CRE 대출의 70%가량은 중소은행이 도맡아 왔다. 재무 건전성을 우려한 중소은행이 대출을 축소할 경우 CRE 시장에 연쇄 위기가 나타날 여지가 크다. 글로벌 채권 운용사 핌코와 부동산투자신탁 컬럼비아 트러스트 등은 지난달 말 7개 건물에 대한 17억 달러 채무를 불이행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CRE 채무 증권의 미실현 손실은 지난 분기 430억 달러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내년까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CRE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돈줄도 막히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자체 집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해 기업들이 IPO 시장에서 197억 달러(지난 24일 기준)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확보한 653억 달러보다 70%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 같은 기간(366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021년에는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 시장에 공급되면서 기업들은 3달 만에 1993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가장 가파른 하락은 미국 시장에서 나타났다. 기업들은 미국 IPO 시장에서 올해 투자받은 금액은 32억 달러에 불과하다. 블룸버그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IPO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며 “SVB 파산 등 은행 시스템 문제가 기업들의 IPO 계획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SVB의 붕괴는 신생 기업들에 자금 조달 구멍을 남겼다”며 “많은 벤처 창업자들이 자금 조달 환경 악화로 도산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