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 제도 개편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국 의원들의 비판이 잇따르자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을 포함한 외국의 압력에 따르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이스라엘의 사법 개편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면서 입법 철회를 촉구했다.“그들은 이 길을 계속 갈 수 없다”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진정한 타협을 시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하기를 바라지만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정은 지난 1월 사법부 개편 계획을 발표하고 추진해 왔다. 그러나 사법 개혁으로 인해 행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할 수 있다며 반발하는 전국적인 시위가 잇따랐고, 입법 중단을 촉구한 국방장관을 해임한 후에는 비판 여론이 더 거세졌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7일 “국가 분열을 막기 위한 의지로 광범위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2~3차 독회(심의)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사법 정비 입법 절차 보류를 발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9일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은 가장 친밀한 우방을 포함한 해외 압력에 따르지 않고 국민들의 의지로 결정을 내리는 주권 국가”라면서 정부가 “광범위한 합의를 통해 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을 40년 넘게 알고 지냈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그의 오랜 헌신에 감사하다”면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동맹은 깨질 수 없고 항상 양국 사이의 의견 차이를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 의원들도 바이든의 발언을 즉각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지지자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29일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이고, 미국 대통령이 이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법 개혁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스라엘 간 동맹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 중동 순방의 첫 번째 목적지로 이스라엘을 선택할 만큼 이스라엘과의 동맹을 외교 정책의 기반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지난 11월 네타냐후 총리가 우파 연정의 수장으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와의 사이에 긴장이 생겨났다고 WSJ는 분석했다. 네타냐후 정부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하는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을 끝내는 것을 거부하는 탓이다.
이스라엘 야권에서도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한 지 3개월 만에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를 해칠 수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야당인 국민통합당의 지도자인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은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