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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혼자 딴 세상 “서방 제재 타격 없다”… 실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는 우리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미 자국 금융 시장에 미친 제재의 여파가 실물경제로 넘어올 것이라며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러시아에 생중계된 정부 고위 관리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서방 세계는 경제 제재를 통해 러시아의 금융·경제 기반을 빠르게 악화시켜 공황, 은행 체계 붕괴, 물자 부족 사태를 일으키려는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서방의 정책이 이미 실패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 지출을 늘릴 준비가 됐다. 서방의 ‘경제 대공습’ 전략은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전 초반 러시아 증권시장의 RTS지수와 루블화 가치가 폭락했고, 은행과 핀테크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움직임이 나타났다.

인플레이션도 가속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평균 소비자 물가가 전년 대비 16.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국제 금융사들은 러시아 경제의 10∼15% 위축을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U는 주요 에너지원인 러시아산 석유에 대해 금수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대가로 자국에 가해진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를 제한적으로 평가한 푸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실상과는 큰 괴리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날 “푸틴 대통령의 말과 다르게 나비울리나 총재와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경제 제재의 본격적인 확장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는 의회에 출석해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제품이 수입 부품에 의존한다. 지금은 공장에 재고가 있어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지 않을 수 있지만, 제재는 더 강화되고 있다. 재고로 버틸 기간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수도 모스크바의 행정을 총괄하는 소뱌닌 시장은 이날 블로그에 “외국 기업들의 철수나 영업 중단으로 모스크바에서만 약 20만명이 실직 위기에 놓였다”며 “외국 기업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의 공공시설 임시 고용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