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을 앞두고 약혼한 우크라이나 군인 커플이 전시 중 군복을 입고 결혼식을 올렸다.
미국 뉴욕 매거진 등 해외 언론들은 18일(현지시간) 군복 차림으로 부부의 연을 맺은 아나스타샤 모키나와 뱌체슬라프 코크류크를 소개했다. 이들은 지난 7일 수도 키이우의 한 공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공개된 사진 속 아나스타샤는 웨딩드레스 대신 군복을 입었다. 하지만 하얀 꽃으로 제작된 부케와 화관을 빼놓지 않았다. 강대국의 침략으로 생사가 오가는 조국에서 미래를 꿈꾸는 ‘군인 부부’의 희망이 이 간단한 결혼 장식을 통해 엿보였다. 남편인 뱌체슬라프 역시 군복 차림이었었다. 이들은 어깨에 소총을 둘러맸다.
키이우에서 살았던 이들은 5년 가까이 교제해온 연인이었다. 바체슬라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약 2주 전에 청혼을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두 사람은 영토방위군으로 전장에 나서게 됐다. 특히 프로그래머였던 뱌체슬라프가 군의관이 되면서 그들은 멀리 떨어지게 됐다. 아나스타샤는 키이우에, 바쳬슬라프는 키이우에서 떨어진 전략적 요지에 배치되면서다.
뱌체슬라프 소속 부대가 언제 다시 키이우로 돌아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던 만큼, 아나스타샤는 연인이 키이우에 잠시 돌아온 당일 서둘러 결혼식 날짜를 잡았다.
결혼식 준비까지 주어진 시간은 하루 남짓이었다. 우크라이나 서부에 있던 아나스타샤 어머니는 케이크, 꽃다발, 화관을 주문했다. 동생은 결혼 반지를 챙겼다. 전우들은 꽃, 샴페인 잔, 부부가 탈 찰 준비했다. 대대 사령관 역시 준비에 동참했다.
많은 이들의 도움 덕에 부부는 무사히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간소한 절차를 마치고 부부가 됐다. 결혼식장에 도착해 사진을 찍고 결혼증명서에 서명을 한 뒤 샴페인 한 잔을 마신 게 전부였다.
결혼식에는 전우, 인근에서 봉사하던 친구, 오랜 지인 등이 참석했다. 모두 남성 하객으로 유일한 여성 하객은 신부의 가장 친한 친구 뿐이었다. 아나스타샤의 아버지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도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영상통화로 함께 했으며 아나스타샤는 “엄마가 많이 울었다”고 전했다.
부부는 하루를 쉰 뒤 다시 전장으로 돌아갔다. 신혼여행도 가지 않았다. 아나스타샤는 “우리가 쉬는 동안 누군가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하기에 휴가를 요청하지 않았다. 신혼여행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은 끝날 것이고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그는 “파괴된 모든 것을 재건하고, 수백만 명이 정상적인 삶을 회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부는 자녀 대신 반려견을 키우기로 했다. 이들은 “자녀를 낳고는 싶지만, 자유롭고 독립적인 국가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