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한 마리도 통과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마리우폴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최후 저항지인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공격하는 대신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앞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푸틴 대통령에게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제외한 마리우폴의 나머지 지역은 해방됐다”고 보고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마지막 항전을 벌이고 있는 아조우스탈 제철소의 지하터널에는 군인 2500명과 민간인 1000여명이 은신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곳을 포위해 고립시키는 ‘고사 작전’을 장기간 강행하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결사항전을 지속해온 마리우폴의 함락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군에서도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나왔다. 세르히 볼랴나 우크라이나 36해변여단 지휘관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0대 1 정도 규모로 열세”라면서 “마지막 며칠을 맞이한 것 같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인구 40만명의 산업도시 마리우폴은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도시 전체가 잿더미로 변했고 건물의 90% 이상이 전파됐다. 아직 남아 있는 10만여명의 민간인은 식량과 물은 물론 생활필수품 공급도 한 달 이상 차단된 상태다. 거리 곳곳에는 군인은 물론 민간인 시신들까지 방치된 상황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에 의해 마리우폴에서 자행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당시에도 살아 남았던 던 반다 오비데드코바도 결국 이번에 목숨을 잃었다. 그의 딸은 “물과 전기, 난방이 끊기며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추웠다”며 “어머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우리는 동물처럼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의 마리우폴 총공세가 가열되자 러시아를 대상으로 ‘특별협상’을 제안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마리우폴의 군인과 민간인을 구하기 위해 현지에서 러시아와 전제조건 없이 협상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러시아는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다.
민간인 사망자 수도 엄청나 서방 정부와 언론들은 “마리우폴이 제2의 부차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 침공으로 마리우폴의 상황은 정말로 끔찍하게 흘러갔다”며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러시아군의 인도주의 통로 개설에 의한) 안전이 담보된다면 피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창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