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총기 관련 사건∙사고가 증가하는 가운데 2020년에는 처음으로 20세 미만 사망 원인 1위가 ‘총기’인 것으로 조사됐다. 총기가 차량 충돌이나 약물 남용, 암 등을 제친 것이다.
22일(현지시간) NBC 방송이 보도한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실린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사망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20년 미국에서 총기와 관련된 부상으로 사망한 19세 미만이 4300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9년에 비해 29% 증가한 수치다.
그동안의 20세 미만 사망원인 1위는 차량 관련 사고였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차량 안전이 개선되면서 차량 관련 사망자 수는 급격히 감소했다. 2020년 차량 충돌로 인해 숨진 20세 미만은 약 3900명이다.
연구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제이슨 골드스틱 미시간대학 연구부교수는 “아이들 사이에서 총기 관련 부상이 차량 충돌 부상을 능가한 것은 40년 동안 처음”이라며 “그 이전에도 없었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20세 미만 총기 사망 사건의 경우 타인에 의한 살인이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0년 미국 젊은이 사이에서 총기 살해는 전년보다 33% 증가했다.
골드스틱 부교수는 “우리는 방치할 수 있는 죽음으로부터 젊은이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며 “자동차를 금지하지 않고도 차량 충돌을 줄였던 것처럼 총기를 금지하지 않고도 총기 부상 비율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총기 소유가 증가해 지난 2019년 1월부터 2021년 4월 사이에 500만명 이상의 18세 이하 미성년자가 총기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NBC는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며 2021년에는 팬데믹 이후 총기 구매가 늘어난 것이 20세 미만의 총기 관련 부상 비율 상승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함께 전했다. 그러면서 팬데믹으로 인한 학교폐쇄와 부모의 감독 결여가 이런 경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도 CDC의 사망자 관련 자료는 총기 부상으로 숨진 사람만을 대상으로 해 어린이와 10대 사이에서 발생하는 총기 폭력의 전체 규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실제 총기 폭력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노혜진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