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철수한 우크라이나 북부 전선에서 민간인 시신이 계속 발견되면서 수도 키이우의 영안실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이달 초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민간인 시신 수백 구가 묻힌 집단 매장지가 발견되면서 키이우 모든 시신보관소 수용 능력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군이 부차 등을 점령한 이후 키이우 외곽의 한 시신보관서에 매일 수십구의 시신이 운구됐다. 러시아가 침공했던 초기만 해도 하루 1~2구 시신이 들어오던 곳이다. 갑자기 늘어난 시신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지면서 해당 영안실 근처 냉장 트럭들이 임시 시신보관소로 동원되고 있다.
트럭마다 시신이 담긴 검은 가방 수십 개가 쌓여있는 상태다. 유족들은 직접 트럭을 찾아 사망한 가족의 신원을 확인하고 그들의 이름을 가방에 써 붙이고 가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 검시관은 “키이우가 이렇게 민간인 시신으로 가득 찰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상황을 맞을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참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수습된 시신은 지난 24일 기준 1123구다. 이 중 35구는 어린이다. 올레 티칼렌코 키이우 지역 부장검사는 “이 시신들은 우리가 집단 매장지에서 발굴했거나 거리에서 발견한 시신들”이라며 “매일 더 많은 시신을 발견하고 있으며 수습된 시신들은 모두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신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시신들의 상태가 온전치 않은 경우가 많아서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의 민간인을 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사망한 이후에도 전차로 시신을 짓밟는 등 잔혹 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정부와 군은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가 민간인 학살 정황을 조작한 것”이라면서 민간인 학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가디언은 이에 대해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에서 나온 죽음과 파괴의 증거는 러시아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