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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장, “안보리 전쟁 막는 데 실패”…‘유엔 무용론’ 자성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동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번 전쟁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은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안전보장이사회는 이 전쟁을 막고 종식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하는 데 실패했다”며 “이 실패는 거대한 실망과 좌절, 분노의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사실상 ‘유엔 무용론’을 인정한 셈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 범죄가 연일 새롭게 드러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리즈 체니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은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 있는 상황에서 (조직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존적인 의문이 생겼다”며 “유엔은 만들어졌을 당시 기대했던 종류의 효과적인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에게는 위로를 전했다. 그는 “세계가 당신들을 보고, 듣고, 당신들의 결의와 회복력을 존경하고 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독려했다. 이어 “연대의 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나는 현장에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 포위돼 우크라이나 민간인 2000여명이 있는 남부 마리우폴에서 민간인을 대피시키기 위한 안전통로 개설도 촉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마리우폴은 ‘위기 속 위기’ 상황”이라며 “수천 명이 도움을 원하고 있으며 그들은 파멸에서 벗어날 대피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서도 마리우폴에 남아 있는 민간인들을 대피시킬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구테흐스 총장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이 끝난 직후 키이우 시내를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상 연설에서 “오늘 키이우에서 (구테흐스와) 회담이 끝난 직후 러시아 미사일이 도시로 날아들었다. 5발의 미사일이 발사됐다”며 “이것은 유엔과 그 조직이 대표하는 모든 것을 모욕하려는 러시아 지도부의 태도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적절하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키이우, 파스티우, 오데사, 흐멜니츠키 및 기타 도시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은 아직 긴장을 풀 수 없고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며 “우리는 여전히 싸워야 하고, 점령군을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25층 주거용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 1층과 2층 일부가 파괴됐다.

유엔 측은 이날 “도시 중심부를 강타한 러시아의 공습에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쿠테흐스 총장 측은 모두 안전한 상태”라고 밝혔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