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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하는 우크라, 정유시설 파괴에 ‘에너지 부족’ 시달려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에너지 부족 사태에 허덕이고 있다. 전국 각지의 주요 인프라를 겨냥한 러시아의 원거리 미사일 공격에 석유 저장고와 정유시설들이 파괴되면서 에너지 공급 부족에 석유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 키이우(키예프)가 위치한 북서쪽에서 러시아군의 공세를 물리친 뒤 동남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선전을 거듭 중인 우크라이나로서는 에너지 부족 사태가 전황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키이우, 드니프로 등 주요 도시에선 주유소에서 연료를 넣으려는 차량의 대기 행렬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 관측된다고 AP통신은 30일(현지시간) 전했다. 현재 대부분의 주유소는 한번에 최대 10ℓ까지만 판매하는 제한조치를 시행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연료부족 사태로 피란을 떠났다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복귀 행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영상 연설을 통해 “여러 지역에서 주유소 줄이 길어지고 연료값이 치솟고 있다”면서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연료 생산·공급·저장 시설들을 파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오데사 등 흑해 항구를 봉쇄한 탓에 유조선을 통해 연료를 들여오기 어렵게 됐다”며 “2주 내로 연료 공급난을 막기 위한 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도 유럽 측 공급 업체에서 물량을 확보하고 들여오는 과정이 복잡해져 가격이 소폭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군은 최근들어 우크라이나의 주요 석유 인프라에 대해 집중적으로 폭격을 가하고 있다. 가디언은 “동부전선 뿐 아니라 서부 후방의 연료저장소와 물류 인프라에 대한 공격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전쟁을 ‘특수 군사작전’에서 전면전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서방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군사적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몇 주 내 국가 총동원령을 내리고 러시아 전국에 게엄령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월러스 장관은 “5월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에 이런 발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군 수뇌부가 푸틴 대통령에게 전면전 선포를 요구했다”면서 “총동원령이 내려지면 예비군 소집과 1년 의무 복무 징집병들의 우크라이나 전선 파견도 이뤄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결정은 러시아 국내여론마저 악화시킬 수 있어 푸틴 대통령에겐 정치적으로 매우 큰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에 맹공를 퍼부었으나 그들이 목표로 삼았던 도네츠크의 리만, 루한스크의 시비에로도네츠와 포파스나 등 3개 지역을 함락하는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우리 포병대가 우크라이나에서 800여개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지형이 불규칙한 돈바스 평원에서 양측의 전선이 체스판처럼 뒤엉켜있고, 우크라이나군은 규모와 장비 측면에서 우위인 적을 상대로 지연작전을 쓰는 것 이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미사일이 오데사 공항을 타격해 활주로가 손상돼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