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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불은 ‘악마견’ 리트리버는 ‘천사견’?…“품종은 편견”


작지만 다부진 체구에 언제든 달려들 듯한 험악한 표정까지. 흔히 ‘악마견’이라 불리는 핏불테리어의 인상이다. 반면 ‘천사견’이라 불리는 골든 리트리버는 어떨까. 아름다운 긴 털과 미소 짓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한 번쯤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그러나 핏불테리어의 억울함을 풀어줄 만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캐슬린 모릴 미국 매사추세츠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반려견의 품종과 개의 행동 사이에 연관성이 높지 않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연구팀은 1만 8385마리의 반려견주 설문조사와 개 2155마리의 유전자 조사 결과를 분석한 ‘개의 유전 형질을 통한 품종별 고정관념에 대한 반박’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흔히 개의 외모를 보고 품종을 떠올린 뒤 개의 성격을 예측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품종이 개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오직 9% 정도밖에 안 된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개의 품종이 아니라 수천 년간 이어져 온 개의 ‘유전 형질’이 개의 행동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개는 오랜 시간 인류를 도와 사냥, 경비, 목축 등 여러 가지 일을 해왔다. 이때 어떤 일을 했느냐에 따라서 목축을 했던 개는 사교성이 높아지기도 했고 사냥을 도왔던 개는 호기심이 많아지기도 했다.

반면 개에게 품종 개념이 도입된 건 1800년대 이후로 16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160년은 ‘눈 깜짝할 사이’에 불과하다”면서 품종이 개의 행동을 규정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어 “애초에 품종은 개의 ‘외견적 특성’에만 집중한 것”이라며 “현재의 극단적인 품종을 향한 집착은 개를 향한 판단을 흐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개의 품종이 결정하는 9%의 행동마저도 개별 개체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같은 종인 래브라도 리트리버 중에서도 사랑스러운 녀석이 있고, 냉담한 녀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진이 제공한 품종별 개의 성격 분포를 시각화한 홈페이지(모든 개는 다르다·Every dog is an individual)에 따르면 ‘사람을 좋아한다’는 문항에 같은 품종이더라도 개체별로 상이한 답변을 내놨다.

흔히 사람을 좋아한다고 알려진 래브라도 리트리버 견주 중 55%만이 자신의 강아지가 사람을 좋아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절반에 가까운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공격적이라고 알려진 핏불테리어 견주 중 58%는 자신의 강아지가 사람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모두 고정관념과는 상반된 결과다.

해당 홈페이지는 견주를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개의 성격을 여덟 가지로 분류하고 잡종견을 포함한 24개 품종의 성격 분포를 보다 자세한 결과는 이곳(https://yinadong.github.io/dog-behaviour-dashboard/index.html#element)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를 총괄한 매릴 교수는 이를 두고 “모든 개는 각자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개를 구입하기 위해 책자를 뒤지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의 행동 특성은 품종에 따른 일반적 현상이 아니라 개의 나이나 성별을 비롯해 개체적인 특성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모릴 교수는 15년을 살고 무지개다리를 건넌 소심했던 반려견 ‘토드’를 떠올리며 “그 애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생겼고 우리에게 신뢰를 보냈다”며 “개들도 역시 어떤 환경에 처하느냐에 따라서 사람들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철 인턴기자